암튼 전쟁 후의 피해는 금전적 손실 말고도 정신적 시간적 피해 또한 만만찮았다. 칼로 물을 베는 싸움이면 원상복귀에 일초도 안 걸리지만, 여기저기에 칼자국이 흉측한 집안을 상상해 보라! 또 상처난 가구를 교체하기 위해 가구점을 뒤지고 다니는 심정을 상상해 보라. 가구를 새로 들이는 데도 부숴버린 가구보다 더 나은 제품을 들여놔야 그나마 마음의 상처를 달랠 수 있다. 전보다 못한 것을 들이면 상심을 달래지 못해 전쟁 후유증은 오래 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더 좋은 가구를 사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하며 가구점을 뒤져야 하는 그 수고는 상상만 해도 징그럽다. 아내에 대한 실망은 거기에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참을 일이 있잖은가. 아내보다 성질이 더 급한 나도 부엌칼을 들고 설치진 않는다. 한번 들으면 어딘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