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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복 화백의 인문학으로 떠나는 화첩기행 11회] 삼천 원의 먹물이 열어 준 길

《흔적》 연작, 결핍이 새로운 회화의 언어가 되다 서른여덟 무렵, 나는 도시에서 붙들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서산 지곡면 닻개로 들어갔다. 나는 캔버스와 유화물감으로 작업해 온 서양화가였다. 유화는 한두 색만으로 그릴 수 없다. 여러 색의 튜브와 물감을 풀고 말리는 기름, 붓과 캔버스가 필요하다. 당시 내가 주로 사용하던 전문가용 유화물감은 수입품이어서 색 하나를 보충하는 일도 부담이었다. 수행자처럼 살아 보겠다고 택한 길이었지만 현실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산에 둘러싸인 북향집에는 사람도 자동차 소리도 드물었다. 열 해 가운데 절반은 춥고 배고팠고, 처음 몇 해는 이런 기본 재료조차 살 돈이 없었다. 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손에 쥔 재료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다.그러던 어느 날 문방구에..

[이상헌의 인생 이야기] 아버지와 나의 삶 84회

귀국 날이 18일 이다 보니 서서히 짐을 싸기 시작한다.양복은 슈트케이스에 다 넣고 다른 옷가지며 책 등은 이민 가방에 이미 넣었다. 여행 다녀온 옷가지 수건 등을 어제 세탁을 해 걸어 놓았다. 남은 라면 열다섯 봉지는 앞집 등에 나누어 주고 커다란 식용유는 한국에서 온 친구에게 주고 자전거는 새로 부임하시는 선생님께 드리려고 자전거 열쇠 두 개를 한데 묶어놓았다. 캐시 미론 이불과 전기장판도 이곳 시와 자매결연시인 광명시에서 온 문 선생에게 준다고 약속했다. 작성한 문서며 종이 나부랭이는 오늘 밤중에 소각할 예정이다. 어제는 한국요리 사장님과 송별회, 오늘은 가르친 학생 아버지와 저녁 만찬 약속이 있고, 내일은 진짜로 송별회, 17일은 이곳 한인회에 모임이 있어 거기서 정말 진짜 송별회가 있다.아침 점..

이상헌 자서전 2026.10.13

[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133회)

일본의 백제마을을 탐방하다2006. 3. 1모처럼 문학사랑 모임이 주최한 시화전에 참석했다. 서울대 오세영 교수의 시를 역시 이름이 같은 오세영 화백이 그림으로 그렸다. 거기서 최동호 교수 등을 만났다. 오세영 교수는 나보고 꼭 함께 식사하자고 한다.아내는 잠시 참석했다가 인사동 구경에 나섰다. 나는 앞에서 열린 다른 행사장에 갔더니 마침 김용문 도예가가 출품한 전시회가 있었다. 문학사랑에서 두 가지 행사가 열린 셈이다. 이사들이 가자해서 뒤풀이 장소에 갔더니 민정기 화백, 이인 화백 등이 와 있었다. 나를 무척 반긴다. 그런데 김용문이 나보고 건배를 선창해 달라고 권한다. 이사인 이경철, 박덕규, 곽효환, 이종주 등 이사들이 끌어서 2차로 맥주집에 갔더니 오세영 교수 등이 왔다. 모두에게 나를 부이사장..

연재소설 2026.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