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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44회)

경찰직공무원 사표를 내다  1971. 6. 15   오늘 드디어 서울경찰청 인사계를 찾아가 사표를 수리해달라고 간청했다. 상사들이 고마웠다. 자꾸 눈물이 흘렀다. 이제 의지할 곳도 없다.   사실 고생을 각오하고 선뜻 사표를 제출한 것은 경찰생활을 그만둬야 소설 창작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내 인생에서 소설 창작이 우선이었다. 글쓰기 말고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인생이었다.   중앙청 연금국장실에서 내린 지시로 두 달 걸려 찾을 퇴직금을 2시간 만에 찾았다. 처음 만져보는 목돈이었다. 225,000원.   퇴직금을 들고 가족들과 함께 양구 처가댁에 갔다. 그곳에서 3일간 지내며 여러 가지 살 궁리를 했다. 장인은 자신이 운영하는 정미소를 맡아달라고 했지만 거기에 얽매일 수는 없었다. 떠나기 전..

연재소설 2024.10.22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43회)

제7대 대통령 선거. 유권자 약 150만 명1971. 4. 27   오늘은 제7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전국의 유권자 수는 약 150만 명. 1971. 4. 28   박정희 후보가 94만 표차로 승리했지만 공정선거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 후유증이 클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정보 계통의 수고가 득표에 얼마나 유효했는지도 의심스럽다. 자유당시절처럼 표를 만들어 내지 않고는 과연 그런 수고가 득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지 모르겠다. 국민의 수준이 얼마나 높은데 말이다.   예상한 대로 신민당에서는 4.27 선거를 무효라고 주장했다. 나는 동대문 갑구 개표장 경비본부에서 TV를 보며 밤을 새웠다. 경상도에서는 박정희 후보가 4배 내지 6배로 우세하고 전라도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2배로 우세했다. ..

연재소설 2024.10.08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42회)

신민당중앙당 동향1971. 1. 20   당 의장을 지낸 최 의원의 전화를 받고 집을 방문했다. 나는 하바드대학을 나온 그분을 정치인으로서 보다 학자로서 따랐다. 최 의원은 내가 거실에 들어서자 2층에서 내려와 막내아들 뻘인 내 외투에 묻은 눈을 털어주었다. 내가 사양하자 “우리 나리”라고 농담하며 나를 소파에 앉혔다. 그때 거실에 앉아 있던 군복 차림의 두 장성이 자리를 뜨자 최 의원은 엉뚱한 말을 꺼냈다.   “우리 아들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지난 초겨울에 내가 연대 교수인 최 의원 아들과 이화장 이인수 교수를 다방으로 불러 인사를 시켰는데 그걸 고맙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제1공화국(이승만)과 제3공화국(박정희)의 만남이랄까? 이웃에 살면서도 서로 어색한 사이인 이인수 연세대 교수와 최 연세..

연재소설 202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