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사이드 43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4회)

옹근 달빛 동호가 연주를 다시 만난 것은 이태가 지나서였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동호는 귀향을 늦추다가 졸업식을 마치고서야 고향에 내려왔는데 연주에 대한 어머니의 온정은 더욱 곡진했다. “한 달쯤 지나면 우리 마당은 꽃밭이 될 거다. 채송화, 봉선화, 금잔화, 분꽃, 모두 연주가 심은 거야. 네가 집에 온다니까 우리 연주가 얼마나 집 단장을 했는지 몰라. 몸치장에도 정신을 쏟았구.” 연주는 얼굴을 붉히며 부엌으로 달아났다. 어머니가 웃음을 띤 채 부엌에 대고 소리쳤다. “우리 연주만한 처녀도 드물지. 나는 평생 연주하고만 살란다. 인물 예쁘고 심덕 좋고 신부감으론 최고지. 서울것들은 되바라져서 싫어.” 어머니가 저런 식으로 연주를 치료하고 있었구나.... 동호는 어머니가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 그런 부..

휴먼인사이드 2023.05.16

남문우 前 변호사 연재 에세이

예산 황새공원을 다녀오고 2 황새문학관 영상실의 영상을 보면 황새는 3월경에 둥지에 두 개의 알을 낳고 암·수교대로 알을 품고 앉아 35일 만에 두 마리의 새끼황새를 부화(孵化)시키고, 암수가 교대로 먹이를 물어다가 열심히 먹이고 특히 물을 입안에 가지고 와서 새끼의 입안에 어미의 부리를 대고 입안에 든 물을 새끼의 입안으로 흘려 넣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물 한방울도 밖으로 새는 법 없이 잘 넣어주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새끼들은 둥지에서 엄마와 아빠가 날라다 주는 먹이를 열심히 받아먹고 무럭무럭 자라 50일쯤부터 스스로 날려고 날개를 펴고 운동을 열심히 하여 날개 힘을 기른 후 65일 만에 등지를 떠나 어디론가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조물주의 신비한 섭리를 새삼 느꼈다. 황새들은 추운 겨울에는 흐르는..

휴먼인사이드 2023.05.09

남문우 前 변호사 연재 에세이

예산 황새공원을 다녀오고 1 한달 전에 평소 자주 만나는 전병준 회장, 이재인 박사와 함께 예산 황새공원에 다녀오고, 어제도 서울에서 둘째 딸이 와서 오후에 아내, 딸과 같이 두 번째로 다녀왔다. 나는 평소 ‘황새’하면 겨울철에나 볼 수 있는 희귀(稀貴)한 새로, 고상한 선비같이 외모가 희고 깨끗한 철새로만 알았지, 국가에서 많은 돈을 들여서까지 공원을 만들어 사육하고 관리할 정도로 귀(貴)한 새인줄은 잘 몰랐다. 그래서 내가 잘 알고 있는 이웃 예산군 광시면에 황새공원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에 뉴스에서 듣고도 별 관심없이 지내왔다. 이번에 두 번이나 현장에 가 보고서야 그 존재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황새는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새이기 때문에 아무 곳에서나 사는 새가 아니었다. 황새는 생태계..

휴먼인사이드 2023.05.02

남문우 前 변호사 연재 에세이

봄이 되면 길가, 밭, 야산 등을 가리지 않고 눈만 돌리면 여기 저기에서 노랗게 피어있는 민들레 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민들레는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자신의 모습을 예쁘고 고상(高尙)하게 보이려고 한껏 멋을 내어 노란 원피스 드레스를 입고 자기에게 오라고 손짓을 보내지만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쳐 버린다. 아마도 비록 외모는 우아(優雅)하고 순진해 보이지만 지조(志操)없이 아무데나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누워 있어 천(賤)하고 경박(輕薄)해 보여 사람들의 눈에는 하찮게 여기는 흔하디 흔한 잡초로밖에 보이지 않는가 보다. 또한 민들레는 아무 곳에서나 흙만 있으면 주책없이 남의 자리를 빼앗아 뿌리를 내리고 앉아 있어 제거대상(除去對象)의 풀에 지나지 않아 그것을 뽑아버리는데 힘이 들고 귀찮아서 사..

휴먼인사이드 2023.04.25

남문우 前 변호사 연재 에세이

2023년에는 한화가 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드디어 오늘 (04/01) 2023년 한국 프로야구 정규리그 대장정이 시작된다. 나는 야구팬으로서 작년 시즌이 끝나고 겨울 내내 빨리 봄이 와서 프로야구를 다시 볼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다가 오늘부터 시작되는 야구경기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마음이 설레는 한편 내가 응원하는 한화가 지난 3년 내내 꼴찌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성적이 나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앞서서 마음이 편치는 않다. 그러나 3월 13일부터 28일까지 치러진 시범경기를 보면서 금년에는 분명히 한화가 다른 경기를 하겠구나 하는 자신감은 물론 기대감이 생겨 더욱 정규 리그가 기다려진다. 물론 2021년에도 한화가 시범경기에서 1등을 하고서도 정작 정규리그에서는 꼴지를 한 경험이 있기..

휴먼인사이드 2023.04.18

남문우 前 변호사 연재 에세이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사연 2 중국어를 공부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첫째, 나이 탓으로 혀가 굳어서 특히 굴림소리(설전음舌颤音)가 많은 발음을 하기가 힘들어서 억지로 하다보면 혀에 쥐가 날 정도로 힘들었다는 것이다. 둘째, 발음과 성조를 외우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고, 외웠다 하더라도 그다음 날이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또 그것을 다 외운다 하더라도 음절의 높낮이와 장단을 성조에 맞게 발음하여 말하는 것은 더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다.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몇 달 후에 내가 단골로 다니는 중국인이 경영하는 중국식당에 가서 사장에게 “어떤 음식이 제일 맛이 있느냐?”를 중국말로 “你好! 什么饭菜是好吃?”라고 물었더니 중국인 사장이 내말을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닌가. ..

휴먼인사이드 2023.04.11

남문우 前 변호사 연재 에세이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사연 나는 84세 아주 늦은 나이에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보통 외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은 젊었을 때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해서 써먹기 위하여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면에서 인생 끝자락에 이른 내 입장에서 중국어를 알아둘 필요가 생기거나 앞으로 써먹을 것을 예상하고 시작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나에게는 다복(多福)하게도 5남매의 자식들한테서 11명이나 되는 많은 손자 손녀들이 있고 그중에 2명이 결혼하여 증손주들도 4명이나 된다. 모든 손주들이 사랑스럽지 않은 놈이 없지만 내리사랑이라고 막내 손자 녀석한테 신경이 더 가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다른 손주 녀석들은 일년 가야 겨우 한 번정도 전화를 할까 말까 한데 이 녀석은 유독 할머니를 잘 따르고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휴먼인사이드 2023.04.04

제30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검사생활 하면서 있었던 일들 Ⅰ 정실과 원칙 이야기 나는 검사 임관 전에 1961년 4월 1일부터 1966년 9월 30일까지 검찰청 일반직 공무원(6,7급)으로 5년 반 동안 대검찰청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다른 검사들보다는 일반직 직원들을 더 많이 알고 그들과 친하게 지냈다. 내가 1966년 12월 1일 검사 임명을 받고 서울지방검찰청에 근무하게 되자 나를 아는 직원들이 사건 배당자인 차장검사에게 자기가 봐주고자 하는 사건을 “남 검사”에게 배당해 달라고 부탁하여 나에게 배당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는 그들의 부탁대로 들어주다가는 원칙 없이 정실에 흐르는 결정을 할 것을 걱정하여 원칙을 가지고 사건을 처리하되 봐 주어도 되는 것은 질질 끌지 말고 깨끗이 봐 주고, 안되는 것은 안되는 대로 결정하되 그에..

휴먼인사이드 2023.03.28

제29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그 덕택으로 당시 유기천 사법대학원 원장이 6기학생 전원(13명)을 저녁에 자기 집으로 초대한 일이 있었다. 우리들은 원장 집에 가면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을 것을 기대하고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고 저녁 여섯 시경 다방에 모여 유원장의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여섯시 유 원장이 약속한대로 다방에 전화를 걸어 대표 학생을 바꿔 달라고 하여 “자네들 저녁은 먹고 기다리나”고 물어 전화 받은 학생이 “원장님 댁에서 저녁식사까지 주시는 것으로 알고 그냥 기다리고 있는데요”했더니 저쪽에서 “야 이 친구들아! 남의 집에 오면서 저녁도 안 먹고 오면 어떡해”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한국 풍습으로는 주인이 손님을 저녁에 초대하면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당연하여 우리들은 저녁에 초대해 놓고 저녁을 ..

휴먼인사이드 2023.03.21

제28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검찰 일반직 공무원으로 검사 직무대리를 한 사연Ⅱ 검찰총장은 당시 제2인자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박정희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아 검찰청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하였다. 사법시설 특별법을 만들어 검찰청사를 현대식 고층 건물로 신축하여 검사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였고, 검사들의 복지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셨다.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전국 검사장회의 때는 회의를 끝마치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솔로 전국 검사장들이 청와대로 대통령을 면담하게 되어 있는데, 그 자리에서 검찰총장은 대통령께 “검사장들이 짚차를 타고 있어 권위가 안 서니 승용차로 바꿔주십시오.”라고 요청하여 즉시 대통령의 승낙을 받아 내자 그 중 용기있는 지방 고검 검사장 한 분이 “각하 이왕에 주시려면 오늘 지방에 내려갈 때 타고 가게 ..

휴먼인사이드 202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