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덕택으로 당시 유기천 사법대학원 원장이 6기학생 전원(13명)을 저녁에 자기 집으로 초대한 일이 있었다. 우리들은 원장 집에 가면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을 것을 기대하고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고 저녁 여섯 시경 다방에 모여 유원장의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여섯시 유 원장이 약속한대로 다방에 전화를 걸어 대표 학생을 바꿔 달라고 하여 “자네들 저녁은 먹고 기다리나”고 물어 전화 받은 학생이 “원장님 댁에서 저녁식사까지 주시는 것으로 알고 그냥 기다리고 있는데요”했더니 저쪽에서 “야 이 친구들아! 남의 집에 오면서 저녁도 안 먹고 오면 어떡해”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한국 풍습으로는 주인이 손님을 저녁에 초대하면 저녁식사를 대접하는 것이 당연하여 우리들은 저녁에 초대해 놓고 저녁을 먹고 오라는 유기천 원장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모두 화가 나서 “우리 원장 집에 가서 원장을 골탕먹이자”고 의견 일치를 보고 저녁을 먹지 않고 저녁 일곱시경 동숭동에 있는 원장 관저에 갔다. 우리들의 예상대로 유 원장은 저녁준비를 하지 않고 양주 한 병을 내 놓고 우리들에게 양주 칵테일 방법과 양주 마시는 방법을 강의하면서 학생 열세명에게 일일이 양주 칵테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물론 술안주는 있을 리 없었다.
우리는 원장이 만들어 주는 칵테일을 마시면서 거실을 둘러보니 찬장에 별의 별 양주를 가득 진열해 놓은 것이 보였다. 아마도 그 양주는 마시기 위하여 준비한 것이 아니라 진열용으로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고급 양주로 양주 병모양도 가지각색이었다.
우리는 서로 눈으로 신호를 보내어 뜻을 맞추어 일제히 일어나 양주 진열장으로 가서 각자 병 모양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주를 한 병씩 꺼내어 들고 와서 병마개를 열고 병째 양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원장이 우리의 행동을 보고 놀라 “야 이 사람들아, 양주를 그렇게 마시는 것이 아니야. 칵테일을 해서 마셔야지 병째 마시면 죽어!”라고 소리치며 제지하려 하였지만 “원장님은 미국에서 살아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우리들은 한국 촌놈이라 좋은 술은 한꺼번에 마셔야 직성이 풀립니다.”고 웃으면서 양주 한 병을 통째로 다 마셔버렸다.
얌전하던 학생들이 양주 한 병씩을 통째로 마신 후 그 조용하던 원장 댁은 그야말로 난장판이 되었다. 술에 취하여 떠드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방바닥에 쓰러진 사람, 나도 술에 취하여 그 이후 어떻게 현장을 수습하고 집에 돌아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당시 유기천 원장님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미국여자와 결혼하여 살았기 때문에 미국 문화에 익숙하여 저녁에 초대한 손님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지 않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우리를 초대한 것인데, 우리는 원장이 우리를 무시하여 저녁도 안 준다고 오해 한데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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