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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충남시대 2023. 3. 5. 00:17
법무부 차관과 장관으로부터 받은 교훈Ⅱ

 

 

 내가 다니는 대검찰청에서도 검찰청 직원이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그것도 수만 명의 응시생 중 열명의 합격자 중에 검찰청 일반 직원이 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합격한 양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다.

 

 제3회 사법 시험합격자가 열명 밖에 안 나오자 도하 신문에서는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오백대 일의 합격자만 내는 사법시험 제도를 그대로 존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많았다. 이러한 사법시험 제도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수재들에게 좌절감과 패배감만 주는 제도이므로 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적 사설을 싣기도 하였다.

 

 나는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검사들과 법무부장관 등 법무부 간부들에게 합격인사를 다녀야 한다고 해서 나의 직속 상관이던 송용재 수사관( 후에 이사관까지 승진하여 대검 사무국장까지 역임 )의 안내로 인사를 다녔다. 인사를 받은 모든 분들이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였다”며 축하해 주시고 기뻐해 주셨는데, 그 중에 인사 받는 방법이 너무도 달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두 분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송 수사관과 같이 법무부 차관 비서실에 들어가 송 수사관이 비서관에게 “대검찰청 중앙수사국에 근무하는 남문우 계장이 이번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차관님께 인사 드리러 왔다”고 하니, 그 비서관은 환하게 웃으면서 “그렇지 않아도 차관님께서 사시 합격자 사정회의에 다녀오셔서 합격자 열명 중에 검찰청 직원도 있더라고 하시며 기뻐하셨는데, 들어가시면 반가워하실 것이다”라며 빨리 들어가라고 하였다.

 

 송 수사관과 같이 차관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분은 소파에 앉아있고, 키 큰 한 분은 책상 앞에 서서 어딘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송 수사관이나 나는 법무부 차관의 얼굴을 몰랐기 때문에 어느 분이 차관인지 몰라 그 앞에 서서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소파에 앉아있던 분이 턱만 위로 젖히면서 “무슨 일이냐”는 듯 몸짓으로 묻는 것이었다. 송 수사관과 나는 소파에 앉아 있는 분이 차관이구나 판단하고 그 분 앞으로 다가가서 “이번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남 계장이 차관님께 인사 왔습니다”라고 보고하고 동시에 우리 두 사람은 차관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더니, 차관은 아무 말도 없이 한동안 나의 위 아래를 훑어보더니 또 고개를 뒤로 젖히며, 나가라는 몸짓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대로 물러 나오고 말았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앉아있다고 하더라도 부하직원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인사를 갔는데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 흔한 악수도 안 하고 고개만 두번 끄덕여서 “누구냐”, “나가라”는 신호만 한단 말인가. 나는 차관실에 들어가기 전 “차관님이 기뻐하셨다”는 말을 비서로부터 들었기 때문에 더욱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어찌그리도 사람을 모욕할 수 있단 말인가. 그 분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앉아있다 해도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인격은 갖추지 못한 분으로 존경은 커녕 경멸심만 생겼다.

 

△ 남문우 변호사의 과거 검사 시절 모습

 같이 간 얌전한 송 수사관도 기분은 나빴지만 마지막으로 법무부 장관님께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하여 “차관도 우리를 무시하고 저렇게 모욕을 주는데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장관은 더 할 것 아니오. 나는 더 이상 무시당하기 싫으니 장관 인사는 하지 않겠소”하고 돌아서자 송 수사관이 내 팔을 끌고 “장관님은 훌륭한 분이라 그렇게 냉대를 하지 않을 것이다”며 장관실로 억지로 나를 끌고 갔다.

 

 장관실 여비서에게 장관님께 인사 온 취지를 말하자 여비서가 안에 들어갔다 나오더니 들어가라고 하여 송 수사관과 나는 긴장을 하고 장관실 문을 열고 막 들어서는데 이게 웬일인가? 20m 안쪽 소파에 앉아 있던 장관이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하여 뛰다시피 달려오더니 두 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 흔들면서 “아 고생 많이 했소, 진심으로 축하합니다”고 말하며 내 손을 잡은 채 소파에 데리고 가서 앉으라고 권하고 비서에게 차를 가져오라 하여 차를 마시라면서 다시 “어떻게 바쁜 업무를 하면서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느냐”고 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시고 기뻐해 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 깨달았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다 해도 인격이 훌륭한 분은 아래 사람을 보살피고 존중한다는 사실을! 그 훌륭하신 장관님의 성함은 민복기 장관님이었고, 나뿐만 아니라 모든 법조인들이 존경하는 분이셨고, 그분은 법무부장관 뿐아니라 대법관, 검찰총장, 대법원장 등 수십 년 간 중요 관직에 계셨고,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관직에 계셨던 것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만한 높은 인격과 덕망을 가지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법무부 차관과 장관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공직생활을 하면서 귀감으로 삼아, 차관 같이 거만하거나 아랫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장관과 같이 겸손하고 친절하며 아랫사람을 배려하는 자상한 상사가 되리라 결심하였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많아 공직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만하거나 아랫사람을 무시하는 처신을 하지는 아니했는지 두렵기만 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