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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41회)

서울대학교 모의재판과 전태일 사건 1970. 11. 18   지난 11월 13일,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외치며 싸우다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분신한 전태일 군(23)의 비참한 최후를 보고 가슴이 무너진다. 평화시장 재봉사로 일하면서 열악한 환경에 혹사당하는 동료들을 위해 노동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다가 분신한 그 애통이 눈물겹다. 가진 자들의 횡포에 침을 뱉고 싶다. 그런데 그 사건을 다루기 위해 하필 내가 선정되다니! 전태일의 시신이 안치된 명동성모병원이 중부서 관할이지만 얼굴이 생소한 동대문서 직원인 내가 현장을 맡게 되었다.   “중부서 정보과는 모두 얼굴이 팔려서.....”   2계장의 말이었다.   “보통 사건이 아닌데, 제 능력이 모자라서 걱정됩니다.”   나는 전태일 사건에 관여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연재소설 2024.09.10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40회)

사찰 부서인 정보2계로 발령1970. 2. 3   임시 거처로 길음동 산동네에 월세방 하나를 얻었다. 블록으로 지은 무허가 건물이지만 수니에게 깨끗한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어 전축, 옷장, 화장대, 그리고 자질구레한 장식품을 샀다. 목걸이와 반지도 사줬다. 제발 내 장래에 다시는 불행이 없기를 빌면서! 1970. 2. 5   소설 창작을 위한 준비로 프로이드, 야스퍼스, 허이데거, 사르트르, 쇼팬하우어, 키엘케고르, 까뮈,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심지어 니코마코스 윤리학까지 독파해야 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핵심은 에우다이모니아(이상적인 삶)를 지향한다. 1970. 5. 1   정보2계로 발령이 났다. 1계는 행정, 3계는 외사外事, 2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를 사찰하는 부서다. 정보..

연재소설 2024.09.03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39회)

하느님이나 들어 줄 수 있는 사업   “이름은?”   “여수니.”   “생년월일?”   “거기에 적혔을 걸요?”   “여기에 적힌 걸 누가 몰라서 그래?”   살짝 겁을 주었다. 담당형사의 말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만약 의견 기재란에 자칫 용공(容共)에 대한 냄새라도 피우는 날이면 공무원 임용은 물 건너가게 마련이다. 친인척의 부역사실도 조사 대상이어서 한 마디만 잘못 쓰면 밥줄이 끊어진다는 말이다.   “아버지 직업은?”   “정미소를 운영하세요.”   “어머니는?”   “집안에서 살림만 하시죠.”   “가정주부라고 간첩 아니란 법 있어?”   “어머.”   “농담요. 아가씨가 너무 착해 보여서.... 너무 착하면 바보스럽거든.”   “형사님은 농담을 좋아하시나봐요.”   “내가 바보여서 하는 ..

연재소설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