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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51회)

미국, 일본, 유럽에서까지 체인점 요구  1984. 12. 9   대전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집행유예란 전화를 받고 나는 식당 구석방에 달려가 혼자 실컷 울었다. 지난 공판 때 공범이 전과자여서 힘들겠다는 걸 공범의 몫까지 지불하고 그놈을 소년원에 보내는 조건으로 태호의 집행유예를 받아낸 것이다.   정문 앞에서 밤 9시까지 기다렸다. 어둠 속에서 대여섯 명이 정문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태호는 맨 앞에 걸어오고 있었다. 태호야, 하고 불렀더니 아빠한테 달려온다. 나는 그놈을 껴안고 “내 새끼!”를 연발했다. 그놈도 아빠를 꼭 껴안는다. 감격 어린 순간이었다. 그놈을 차에 태우니 누구 차냐고 묻는다. 친구 차라고 속였다가 나중에야 우리 차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그놈에게 생두부를 먹이는 관례를 무시하고 마..

카테고리 없음 2024.12.05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50회)

야비한 인간만 되지 마라1983. 12. 22   그동안 업소를 정리하고 아내와 애들을 데리고 매일 수도권 주변의 해안을 여행했다. 오이도에도 두세 번 다녀왔다. 놀고먹어도 배는 곪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음식장사 경험이 풍부하니 또 식당을 차리면 된다.   태호가 처음 공부란 말을 꺼낸다. 삼성반도체 주차장에서 차를 정리해주고 몇 푼 받는 모양인데 큰 자랑이다. 어떤 식으로 그놈에게 한恨을 가르쳐줄지가 걱정이다.   태호가 2종면허를 땄다고 한다. 집을 나가긴 했어도 월 23만 원씩 돈을 모으고 면허증을 딴 것이 대견스럽다. 나는 태호에게 일렀다.   “위기를 찬스로 만들어라.” 1984. 1. 4   오랜만에 태호가 낀 온 식구가 제사상을 차렸다. 내가 보관해 둔 상복을 태호에게 입히고 둘이 어머니 산..

연재소설 2024.11.26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49회)

트로이 목마 현장에서1982. 1. 1   도가에는 현빈(玄牝)이 있었으니 그건 谷神이다.   요즘 다시 노장자서(노자와 장자의 저서), 공맹자서(공자와 맹자의 저서), 대학, 중용 등을 읽고 있다.   밤을 새우며 습작하고 읽는다. 태어나서 처음 행복감을 느낀다. 그토록 목매달던 공부가 아닌가! 1982. 3. 4   한국일보 문화센타 소설반에 등록했다. 일주일에 하루, 3개월 동안 40000원. 서울대 전광용 교수가 소설 창작을 가르쳤다. 그의 대표작『꺼삐딴 리』는 일제강점 말기와 50년대의 기회주의적인 풍토와 지도층 인사들의 반민족 행위를 비판한 작품이다.   나는 옛날부터 不朽(불후)란 낱말을 좋아했다. 일기장 첫머리에도 라고 썼던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표현의 욕망을 지닌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연재소설 2024.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