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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40회)

사찰 부서인 정보2계로 발령1970. 2. 3   임시 거처로 길음동 산동네에 월세방 하나를 얻었다. 블록으로 지은 무허가 건물이지만 수니에게 깨끗한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어 전축, 옷장, 화장대, 그리고 자질구레한 장식품을 샀다. 목걸이와 반지도 사줬다. 제발 내 장래에 다시는 불행이 없기를 빌면서! 1970. 2. 5   소설 창작을 위한 준비로 프로이드, 야스퍼스, 허이데거, 사르트르, 쇼팬하우어, 키엘케고르, 까뮈, 도스토예프스키, 니체, 심지어 니코마코스 윤리학까지 독파해야 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핵심은 에우다이모니아(이상적인 삶)를 지향한다. 1970. 5. 1   정보2계로 발령이 났다. 1계는 행정, 3계는 외사外事, 2계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를 사찰하는 부서다. 정보..

연재소설 2024.09.03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39회)

하느님이나 들어 줄 수 있는 사업   “이름은?”   “여수니.”   “생년월일?”   “거기에 적혔을 걸요?”   “여기에 적힌 걸 누가 몰라서 그래?”   살짝 겁을 주었다. 담당형사의 말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만약 의견 기재란에 자칫 용공(容共)에 대한 냄새라도 피우는 날이면 공무원 임용은 물 건너가게 마련이다. 친인척의 부역사실도 조사 대상이어서 한 마디만 잘못 쓰면 밥줄이 끊어진다는 말이다.   “아버지 직업은?”   “정미소를 운영하세요.”   “어머니는?”   “집안에서 살림만 하시죠.”   “가정주부라고 간첩 아니란 법 있어?”   “어머.”   “농담요. 아가씨가 너무 착해 보여서.... 너무 착하면 바보스럽거든.”   “형사님은 농담을 좋아하시나봐요.”   “내가 바보여서 하는 ..

연재소설 202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