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09회)

충남시대 2026. 3. 25. 14:36

잔아(김용만) 소설가

뉴욕에서 터진 911 테러

 

2001. 9. 1

 

  경기대학교 학생들이 이경철 <중앙일보> 문화부장과 경기대 강사 인솔로 1박 2일 예정으로 문호리 집에 찾아왔다.

 

2001. 9. 11

 

  SBS TV애서 방영하는 <女人天下>를 보고 있는데 긴급뉴스로 자막이 떴다. 납치된 여객기 두 대가 뉴욕 세계무역센타 쌍둥이 건물에 납치한 여객기로 테러를 가해 건물이 무너졌다고 한다. <911테러>가 터진 것이다.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과격 이슬람 태러단체로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의 잔혹한 테러가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몇 십분 뒤에는 납치한 여객기 4대 중에서 한 대가 워싱턴의 펜타곤에도 박혔다고 한다. 속보! 속보! 속보가 난무한다. 우왕좌왕하던 미국 부시대통령은 백악관 대신 다른 군사 시설로 피신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110층 건물 속으로 파고드는 여객기의 모습이 숫제 만화영화 같다. 오천여 명이 근무하고 하루에 10만 여명이 드나든다는 쌍둥이 건물에 그것도 아침시간에 불바다를 만들었으니 그 비명소리가 오죽했겠는가! 세계 경찰국가 미국의 방위 사령탑인 국방부가 맥없이 파괴되다니! 두 건물은 1시간 42분만에 붕괴되었고 총사망자는 2996명에 부상자는 6,000명이 넘었다.  세계3차대전의 서곡일지 모른다. 아내와 나는 새벽까지 속보를 봤다. 특히 두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에 소름이 끼쳤다. 여객기를 동시에 4대를 납치하다니! 나머지 1대는 승객들의 저항으로 펜실바니아 들판에 추락했다고 한다.

  미국은 즉시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여 훗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서 2006년 알자르카위를 사살하고 2011년 빈 라덴을 사살했다. 


2001. 10. 1

 

  기독교와 이슬람권의 3차대전?
  미국이 공격날짜를 미루는 건 2차 3차 테러가 두려워서라고 한다.

2001. 10. 22

  단풍이 들었다. 금년에 심은 연못가의 단풍이 환상적이다.

  서울대 김윤식 교수한테서 전화가 왔다.
  “김형 편지 잘 받았어요. 다음 달 중순에 놀러가보고 싶소.”
  그리고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오자고 했다. 박완서 소설가와도 함께 가자고 한다.
  책을 내게 보내준 후로 처음 걸려온 전화였다. 문학관 계획에 용기가 생긴다. 

 

2001. 10. 24

 

  고려대 김화영 교수한테서 전화가 와서 옥천(양평)으로 나갔다. 아내와 함께 산속 현장으로 가보니 신경숙 작가도 와 있었다. 
  한국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신경숙 작가는 나와 1시간 가까이 전화로 서로의 속마음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 또 만난 것이다.

 

 2001. 10. 30

 

  양평 민병채 군수실에 아내와 함께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내 문화공간 계획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한다. 일찍 나오려는 걸 더 앉아 있자고 하면서까지 친절했다. 그전에 우리 집에 왔던 것도 이야기 한다.
 
2001. 11. 9

 

  곽종원 전 건국대 총장 사모님이 놀러오라고 연락이 왔다. 평소 내 작품을 무척 좋아한 곽 총장은 나와 성춘복 한국문인협회 회장 등과 자주 어울려 다녔다. 
 
2001. 11. 14

 

  난생 처음 내가 만든 도자기를 아내가 가스 가마로 구워냈다. 제법 큰 도자기인데 무턱대고 만든 것이다. 작은 그릇에는 한문을 빼곡히 써넣었다.

  서종면장이 찾아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문인 중에는 숨어서 글 쓰는 사람이 있고 그걸 빌미로 끄떡대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후자의 대표적인 사람이 양평문협회장이라며 P를 빗대어 매도했다. 깜짝 놀랐다. 그 사실을 면장이 알고 있으니 군내에 퍼졌을 게 아닌가. 공직자가 그런 내막을 알고 있다니.....

 

2001. 11. 21

 

  아침에 윤후명 작가한테서 전화가 왔다. 작품을 쓰고 있었는데 자그마치 1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나와 아내를 무척 좋아한다며 나보고 초기 작품대로만 쓰면 더 빛을 낼 거라고 한다.  
  “형님, 거기에 약간만 바꾸면 더 멋있을 거에요.”
  내가 대학원에 다닌 것이 큰 실수임을 공감했다.

 

2001. 11. 26

 

  고려대 최동호 교수가 국문과 대학원생 20여 명을 데리고 와서 일박했다. 세미나는 내 서재에서 나도 참석한 가운데 밤늦게까지 진행되었다. 나는 최 교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1. 12. 7

 

  모처럼 김윤식 교수와 통화했다. 12월 초에 전화를 걸어달래서 걸었는데, 왜 그런지 나에게 “김용만 선생님” 이라고 “님”자를 붙이신다. 민망스럽다.

  김원일 작가가 자꾸 자기 집에서 자고가라고 한다. 거만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지만 속은 너무 순수하다. 진짜 문인이다.
  “늬는 내가 다니지 말라고 그랬는데 학교 다닌다고 글이 버렸어. 처음대로 썼으면 벌써 자리잡았을 텐데.”
  고맙고 가슴 아픈 말이다. 정말 후회하고 있다. 고교실력으로 쓴 초기작품이 한국문단을 뒤흔들었는데..... 대학원을 다니면서 논리화 체계화된 문체로 휜 게 아닌가!

 

2001. 12. 12

 

  몇 년 만에 용산고 동창회에 참석했다. 도로가 막혀서 내가 늦게야 회의장에 들어서니 여기 저기 테이블마다에서 야단이다.
  “김용만 작가가 나타나니까 시끄럽구먼.”
  100여 명이 모였다. 600명 중 100명은 행방불명, 150명은 이민, 한국에 250여명만 남았다는데.

 

2001. 12. 21

 

  신경숙, 남진우 부부와 김화영 부부가 집에 찾아와서 함께 서재에서 이야기하다 매운탕을 먹고 커피숍에서 밤늦게까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2. 1. 1

 

  부패구조가 만연한 요즘이다. 포부를 죽이는 시대이다. 
  문학판에도 가짜가 판을 치고 있다. 무슨 수를 내야겠다.

  계속 써야겠다. 밤낮으로 글만 쓰다 보니 건강이 약해진다.

 

2002. 1. 7

 

  부여 이만용 군민회장한테서 전화가 왔다. 놀러오라고 한다.
  청양 사촌매부가 돌아가셔서 다녀왔다. 홍성 누나한테도 들렀다.

  김화영 교수와 통화하며 ‘순수파’가 어떤 거냐고 한탄했다.

 

2002, 1. 24

 

  평생 써온 일기장을 정리하려고 책상 옆에 내놓았더니 이튿날 아침에 옛 사랑방 냄새가 서재에서 난다. 기막히다. 옛날 아버지 때 사랑방 냄새를 재현하다니, 너무 행복한 냄새다.

  설날에는 제사를 올리고 태호네와 지혜네 세배를 받았다. 나는 정 서방과 새벽 3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정 서방은 휴무일을 설날에 맞추려고 다른 기장에게 비행시간을 조절한 모양이다.

 

2002. 2. 20

 

  최동호 교수의 연락을 받고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시사랑문화인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동국대 홍기삼 교수 부부가 찾아와 삼회리 ‘어부의 집’에서 매운탕을 먹고 내 서재와 연못가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인은 우리집이 처음이다. 홍 교수는 이번에 자기가 동국대 총장으로 추대되기 쉽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