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연재소설 [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11회)

충남시대 2026. 4. 21. 13:29

잔아(김용만) 소설가

『세계문학관 기행』에 대한 석학들의 극찬

2002. 8. 15

  미대 섬유디자인과를 졸업한 유라에게 순수미술을 권장했다. 재능이 대단해서 그림을 잘 그리지만 회화에 본격적으로 대들었으면 싶었다. 유라는 지금 포크아트와 포슬린에 빠져있다. 

2002. 8. 16

  아프리카에 다녀온 후로 아내와 나는 유라네 4식구와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섬을 다녀왔다. 나는 옛날에 숙명여대 이 총장 부부 등과 발리에 다녀온 적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다.

2002. 8. 20

  우리 집에서 민병채 전 양평군수, 이동표 양평 미술협회회장, 황명걸 시인, 민정기 화백 등과 술을 마셨다. 민 군수는 세계환경문제회의 차 요하네스버그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2002. 9. 23

  오늘부터 캐나다를 거쳐 훼밍웨이와 죤 스타인벡의 생가와 기념관을 관람하는 여정에 나섰다.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동경에서 연결편으로 갈아타고 로스엔젤레스로 출발. 또 연결편으로 밴쿠버에 도착 후 퀸 엘리자베스공원, 스탠리공원을 구경하고 석식 후 호텔에 들었다.

2002. 9. 24

   조식 후 전용버스로 밴쿠버를 출발하여 빅토리아섬에 도착해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정원 부차드가든을 둘러보고 앰프레스 호텔과 주 정부청사 등 시내를 관광했다. 빅토리아 섬을 둘러보고 밴쿠버에 도착하여 석식 후 호텔에 들었다. 

2002. 9. 26

  캐나디언 록키의 최고봉인 팀슨 마운틴을 관광하고 쟈스퍼 국립공원으로 이동하여 싼왑타 폭포, 아싸비스카 폭포를 관광하고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라 빙하지대로 이동하여 특수 설상차로 아싸바스카 빙하지대를 관광했다. 까마귀발 빙하와 보우호수, 페이토 호수를구경했다.

2002. 9. 27

  조식 후 미네완카 호수, 밴프 스프링스 호텔, 보우호수 절경인 레이크루이스를 구경하고 밴프를 출발하여 캘거리에 도착 후 시카고로 향했다.

2002. 9. 28

  조식 후 헤밍웨이 집을 방문하여 책과 가구 등 유물을 살펴본 후 헤밍웨이 기념관에 들러 전시품을 관람했다. 매우 흥분되는 코스였다. 헤밍웨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내 화제 작품『세계문학관 기행』에 실려있다. 기념관을 나와 오대호 시티 관광에 나섰다.

2002. 9. 29

  전용버스로 샐리나스에 도착하여 존 스타인벡의 집과 기념관을 둘러보고 영화 <에덴의 동쪽>을 관람했다. 나는 주변 꽃밭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가장 기념되는 사진이었다. 
  죤 스타인벡 역시『세계문학관 기행』에 자세히 정리되어있다. 서울대 영문학 교수인 황동규 시인은『세계문학관 기행』을 읽고 3번이나 내게 전화를 걸어 “김 선생, 참 잘 썼소. 정말 잘 썼소.” 하고 극찬해 주었다. 자기는 영문학 교수인데 아마추어인 나를 극찬한 그의 인품이 돋보였다.
  서울대 김윤식 교수는『세계문학관 기행』의 에밀리 브론테 편을 읽고 편지까지 보내주었다. 두 분은 진정한 학자였다. 나 같으면 전공자도 아닌 후배 문인에게 그런 감동을 내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2002. 9. 30

  조식 후 시카고로 달려 공항에서 일행과 헤어지고 우리 부부와 정을병 회장 부부는 LA으로 향했다. LA 김성일 씨 집에서 우리를 특별초대했는데 1주일간 묵기로 했던 것이다.
  루시 최, 이용우, 박경숙, 이언로 등 교포 문인 여러 명이 몇 차례씩 다녀갔다. LA관광버스 편으로 세도나에도 다녀왔다.
 
2002. 10. 13

  마르케스의『백년 동안의 고독』등 중남미문학을 다시 읽어보았다.
  김여정 여류 시인이 문호리 집에 다녀갔다. 그녀는 내 작품에 빠졌다고 말했다.

2002. 10. 25

  소설가협회 사무실에서 한국소설문학상 결선 심사를 보았다. 나와 임헌영 문학평론가, 김용운 소설가, 민병삼 교수가 심사위원이었다.
  현길언, 김이인, 김성금, 유선희 등 4작품에서 하나를 뽑는데 내가 극력 초년생인 김성금 작품을 권했다. 그나마 문장과 입체구성을 높이 샀다. 임헌영이 맨 먼저 시작한 내 평을 듣고 결론을 내렸다.
  “김용만 선생님 평에 따릅시다.”
  다른 심사위원의 평은 듣지도 못한 채 내가 평한 대로 만장일치로 김성금이 당선되었다. 정을병 회장은 유선희를 생각했고, 나는 친한 사이인 현 교수 작품을 뽑았어야 하는데 문장이 일상어 투성이어서 어찌할 수 없었다. “저녁을 많이 먹었다.” 등등.
  그후 몽골을 함께 여행할 때 현 교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심사를 마치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회장과 심사위원들이 반주를 드는데 연세대 출신 김용운 작가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그전에『늰 내 각시더』란 소설집을 내서 시끄러웠던 작가가 있었는데, 그 사람 요즘 뭐 하는지 모르겠어.”
  임헌영이 빙그레 웃으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용운은 “왜 갑자기 조용하신거요?” 하고 내게 물었다. 그러자 임헌영이 ”학교공부하느라 그래요.“ 하고 나 대신 대답해주었다. 내 실력이 또 인정받은 셈이다. 심사비 10만원을 받았다.
  2차는 간단히 맥주를 마시고 헤어졌다. 비를 맞으며 지하철을 타고 상일동에 내리니 아내가 승용차로 마중나와 있었다.

  며칠 후에 정 회장과 김선주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김선주는 계속 내 실력에 놀랐다며 광산 김씨의 곧은 성격을 추켜세웠다. 

2002. 12. 12
  
  HID출신 이성렬 대령이 소개해서 탈북자 여성을 퍼시픽호텔에서 만났다. 이 대령, 공 여사(여군 장교)와 넷이 만나 점심을 먹으며 3시간 동안 북한의 생활과 어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계속 메모했다. 『칼날과 햇살』에 써먹기 위해서였다. 오후 4시에는 이경철 부장이 장영우 동국대 교수와 발간한 소설책을 가져왔다.

2003. 1. 12

  소설가 김주영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10박 11일 예정으로 중국 운남성에 다녀오자고 한다. 아내가 갑작스레 허리가 아파 동행할 수 없었지만 가보고 싶던 운남성이라 동참하기로 했다.

2003. 2. 13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여 3시간 반 넘게 비행 끝에 운남성 성도인 곤명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5성급인 뱅크호텔에 투숙했다. 
  운남성은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과 접경한 내륙 성으로 열대, 아열대, 온대 등이 공존한다. 

2003. 2. 14

  조식 후 전용버스로 곤명을 출발하여 여강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로 흑룡설산에 올라 구경하고 여강 고성을 둘러보며 자유시간을 가쳤다.

2003. 2. 15

  백사벽화를 관람하고 나시족 전통명절에 동참했다. 이튿날은 흑룡담공원을 구경하고 로구호로 이동하여 모계사회인 뭐서족과 모닥불놀이를 즐겼다. 잠은 뭐서족 마을 민박집에서 잤다.

2003. 2. 19

  삼탑사와 백족마을을 구경하고 회주를 견학했다. 백족의 인구는 약 200만 명으로 그중 80프로가 대리에 살고 있다. 
  나는 대리 술집에서 술에 취해 김주영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내 말에 주영 형은 흥분했다. 신이 나서 같이 춤도 추었다. 
  대리 백족전통다도에 참석 후 전용버스로 대리를 출발하여 밤새 버스 침대에 누워 자며 곤명에 도착했다. 마지막으로 구향동굴도 구경하고 다시 여강으로 이동하여 호텔에 투숙했다.

2003. 2. 21

  장엄한 일출 관광 후 곤명을 경유하여 바위가 삐죽삐죽한 석림(石林)에 도착했다. 흙수풀과 돌수풀이라! 밤에는 석림대반주(호텔)에서 잤다.

  이번 여행 목적은 나시족, 미셔족, 와족 등 소수민족이 사는 여강, 대리, 토림, 석림, 조구호 등의 속살을 살피는 일이었다. 모두 곤명을 중심으로 산재한 도시들이다. 전용버스로 산지를 뚫는 긴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