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나무 가로수로 잘 다듬어진 길목에 ‘孝婦 成均 進士 李尙賓 妻 申氏 之門’(효부 성균 진사 이상빈 처 신씨 지문) 이라고 새겨진 정려각이 수호신처럼 서 있다
수당 이남규 고택은 중요민속문화재 제281호로 13대 조부 한림공 이구가 죽자 그의 부인이 시조부 묘소를 방문하던 중 가마꾼이 잠시 쉬었던 정자나무 아래에서 바라 본 하얀 찔레꽃의 정취에 이끌려 그 이후 인조 15년(1637) 보령 남포에서 이곳으로 거처를 옮긴 후, 헌종 12년(1846)에 다시 중건한 한말의 지사 이남규의 본가이다.
이남규 선생은(1855~1907)은 본관이 한산(韓山)이며, 호는 수당이다. 1875년 문과에 급제한 후 홍문관 교리·동학 교수·사헌부 지평·공조참의·안동관찰사 등 여러 관직을 역임하였다. 1900년 그는 관직을 사직하고 고향인 예산의 사저로 낙향하였으며, 이후 일체의 관직에 나가지 않았다. 그 후 1906년 홍성 일대의 유생들이 홍주의병을 일으켰을 때 의병장 민종식을 자신의 집에 은신시키면서 홍주의병의 재기를 도왔다. 그는 이 일로 체포되어 1906년에 공주 감옥에 투옥되었다. 일제는 그를 일단 풀어주었으나 1907년 9월 26일 일본기마대를 파견하여 서울로 압송하던 도중 아산의 평촌에서 그를 살해하였으며, 이를 막던 아들 이충구도 이때 일본군에 의해 순국하였다. 정부에서는 고인의 공훈을 기리어 1962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하였다. 조선말기 일제침략이라는 민족적 위기에 맞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앞장 선 수당은 이 고택에서 독립운동을 도모하였다. 충절의 가문, 애국정신을 기리는 고택과 기념관이 있다.
수당고택의 건물은 남향으로 ㄷ자형의 안채와 一자형 행랑채가 튼 ㅁ자형을 이루고 있고, 사랑채가 별도로 있으며, 안채는 정면 중앙 7칸과 측면 6칸으로, 중앙 3칸은 대청으로, 대청의 우측의 안방과 1칸의 윗방, 그리고 반 칸씩의 고방으로 이루어진 조선시대 상류 주택의 배치 형식에서 볼 수 있는 구조이다. 특이한 점이 있은 사당채가 별도로 있지 않고 안채에 사당방이 있다는 것이다. 안채와 서측 담을 사이에 두고 있는 사랑채는 정면 6칸, 측면 3칸의 一자형 평면으로, 대청 좌측에는 작은 사랑방 1칸, 우측에는 큰 사랑방 2칸이 있다. 그리고 안채와 사랑채의 위치로 볼 때 일반적으로 사랑채가 동쪽에 있는데 이곳은 사랑채가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는 이 집을 지으신 분(이 관장은 13대 할머니라 칭함)이 ‘집안일은 모두 여자들이 할 테니 남자는 열심히 학문에만 전념해라.’는 뜻으로 조용한 서쪽에 지었다 한다. 이 점만 봐도 대단한 여장부였음을 알 수 있다.
가마가 잠시 멈추어 휴식을 취할 때 그늘을 만들어 준 정자나무는 지금도 생생히 자리를 지키며 역사를 증언해주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삼강오륜을 지키는 집안을 의미’하는 ‘오륜목(향나무)’과 울타리 형태가 아니라 하늘로 치솟은 탱자나무는 350년이 되었다하니 고택을 지키는 이문원 관장님(13대 종손. 교수역임)의 정성도 가히 짐작이 간다. 또한 이 관장이 직접 심으셨다는 입구 양쪽의 향나무는 어느새 30여년의 역사와 함께 우람한 모습으로 고택을 지키고 있다.
수당 기념관은 수당이 실천한 '사가살 불가욕(士可殺不可辱: 선비는 죽일 수 있으되 욕보일 수는 없다.)'의 고귀한 정신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수당4대 이남규, 이충구, 이승복, 이장원으로 이어진 애국. 호국활동과 선대유물 및 고문서 등의 자료와 함께 수당의 정신사적 의미를 알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나라사랑의 정신을 키우기 위한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립하였다.
수당가문은 4대가 나란히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유일한 가문이다. 구한말 일제와 맞선 1대 수당 이남규 선생, 2대 유재 이충구 선생, 국내·외에서 독립운동을 전개한 3대 평주 이승복 선생, 6·25전쟁에 참전한 4대 이장원 해병 소위가 그 주인공이다.
안채 앞 정원에 산수유가 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한다. 입구에 새로이 만들어진 무궁화동산의 나무에도 곧 새순이 돋을 것이다. 실타래처럼 술술 풀리는 이 관장님의 끝없는 말씀처럼 수당고택도 길이길이 이어지길 바란다.
글. 사진/ 진명희 문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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