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 남양면에 위치한 방기옥 가옥은 1985년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279호로 지정된 고택이다. 조선시대 때 건축된 것으로 추정하며 안채(정혈처), 사랑채, 행랑채의 지붕이 맞대어 이어지는 ‘ㅁ’자 형태의 전통한옥이다. 반듯하고 멋스러운 담벼락을 바라보며 돌계단이 길게 연결된 계단을 올라 대문에 들어서면 중문까지 연결된 고즈넉한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담장 주변으로 이곳의 선인들이 사용하던 옛 기구들이 보이는데 중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민속품이 즐비하다. 구석구석 모퉁이마다 감각 있는 주인의 손길이 묻어난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장식품들이 고택의 분위기를 한 층 더 살려준다. 향원재(香苑齎) 담장 아래 620년의 역사를 안은 은행나무는 마을사람들의 수호신으로 정월 초이렛날(음력) 동재를 지낸다.
‘향원재(香苑齎)’란 이름은 방면석 대표가 지었다. ‘세상의 번뇌와 고통과 고난, 어려움이 다 사라지고 모든 일이 원만하게 잘 이루어져 슬픔이 없는 향기로운 세상을 이루도록 하리라.’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고택을 지키는 방 대표의 남다른 의지와 바람이 묻어난다.
1776년에 세워진 방기옥 고택은 현재 35대손 방면석 대표가 지키고 있다. 방 대표는 이 고택에서 태어나 공부와 직장으로 잠깐 이곳을 떠났다가 7년 전에 내려와 본격적으로 고택을 관리하며 보존하는데 힘쓰고 있다. 고택 앞에 ‘고택카페 지은’이라는 예쁜 간판으로 찻집을 운영하며 고택을 찾는 사람들에게 휴식공간은 물론 고택의 향취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카페는 방 대표의 따님이 운영하고 있다. 마스크 너머 환한 웃음과 친절한 말씨로 손님들을 맞이해준다. 필자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진한 대추차와 가래떡과 조청이 먹기도 아까 울만큼 정갈하게 차려져 나온다. 카페 ‘지은’은 방 대표의 따님 이름을 따서 지었다.
고택은 ‘ㅁ자형이기 때문에 한 곳에서 전체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안전문제가 수월하다.’는 방 대표의 얘기다. 그리고 이 고택은 다양한 공간의 맛을 느낄 수 있게 잘 관리되어 있다. 한옥체험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정갈한 방과 침구들, 그리고 마당에는 전통 민속놀이(활쏘기, 그네뛰기, 널뛰기, 투호, 바둑놀이 등)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준비를 해 놓았다. 마당 뒤쪽 항아리가 놓인 장독대에서 고택을 바라보면 고택의 아름다운 지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고택의 이곳저곳에 놓여있는 기물과 가구들은 묵묵히 역사를 대변해준다. 이 고택에서 무엇보다 정감이 가는 곳이 안채와 사랑방의 누마루이다. 잘 꾸며진 누마루에서도 여유 있게 차를 마실 수 있다. 눈으로만 보고 지나칠 수가 없다. 한번쯤 앉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물론, 이곳에서는 반드시 차 한 잔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더불어 찻집에서 풍겨오는 대추차의 향기 또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평일임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모두가 침묵 속에서 조용하게 고택의 정취를 맛보며 걷고 있다.
고택에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사랑채, 안채, 사랑방, 건넌방, 뜰아래방, 그리고 행랑채이다. 사랑채와 사랑방은 2010년에 다시 복원을 했다. 전경이 좋은 누마루를 중앙에 끼고 사랑채와 사랑방이 연결되어 있다. 사랑채는 방 세 개가 ㅡ로 이어져 있어 방문을 열면 하나의 공간이 된다.
고즈넉한 고택에 3월의 봄 햇살이 쏟아진다. 여기저기 꽃소식과 함께 고택의 마당 언저리에도 꽃눈들이 앞 다투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봄은 이렇게 소리 없이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향기로운 세상을 꿈꾸는 고택에서 따사로운 기쁨을 맛본다.
글/ 사진 진명희 문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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