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왕후의 생가
-김기현 가옥
-국가 민속문화재 199호
계암고택은 경주김씨 집성촌이며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 한다리마을에 위치한 조선시대 전통 가옥으로 19세기 중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한다리마을은 많은 정승과, 학자 추사 김정희의 본거지이며 정순왕후(영조대왕의 계비)출생지이다. 애국지사는 물론 300년 전 여류시인 오청취당이 이곳 한다리마을에서 182수의 시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국가 민속문화재 199호인 계암고택은 김기현 가옥으로도 불리며 정부가 지정한 명품고택 체험장이다. 한다리마을이란, ‘일제강점기 때 신작로를 만들기 전 큰 돌다리가 있어 대교를 우리말로 ’한다리‘라 칭하였고, 이곳에 사는 경주김씨를 한다리김씨라고 칭하면서 붙여졌다고 한다. 한다리마을은 느티나무, 사철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와 백년 된 보호수가 오래된 마을임을 알려주고 있다.
19세기에 지은 오래된 사대부 가옥 내부는 현대식 설비를 갖춰 편리함을 더했다. 경주김씨(慶州金氏)가문이 대대로 600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이곳은 2010년부터 개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또 다른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계암고택은 1층 기단위에 다듬지 않은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홑처마 팔작지붕이다. ‘ㅡ’자형의 행랑채 뒤편에 동향한 ‘ㅁ’자형의 안채와 남향한 ‘ㅣ’자형의 사랑채가 있다. 계암고택의 구성은 행랑채, 사랑채, 별채 사랑채, 안채 그리고 초당이다. 안채는 원래 개방형이었지만 개축과정에서 폐쇄형으로 바뀌었다. 뒤뜰에는 오래된 감나무 두 그루와 학자나무로 알려진 회화나무와 그 아래 맥문동이 빼곡하다.
초당 3칸은 지은 지 100년 정도로 일반인들과 호흡을 같이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초당은 본채와 떨어진 별당에 위치하고 있다. 초당 앞으로 난 뜰은 후원으로 이어진다. 정순왕후 생가와도 연결된 계암고택은 회화나무와 갖가지의 꽃들이 계절마다 후원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사랑채와 행랑채방 앞에 작은 정원이 있는데 차양채를 따로 건축하였다. 50cm의 높이 8각모의 화강석 위에 세 기둥이 받치고 있다. 또한 작은 사랑방과 큰 사랑방은 뜨거운 구들장에 황토찜질체험이 가능하다. 사랑채 기둥에는 4개의 주련이 걸려있다. 이 글은 추사 김정희가 돌아가시기 직전(1856년,71세) 봉원사 판전을 쓰고 이 주련도 썼다고 한다. 고택의 현판과 주련의 글씨는 모두 추사체이다.
“대팽두부과강채 (大烹豆腐瓜薑菜) 최고가는 반찬이란 두부나 오이와 생강과 나물고회부처아여손 (高會夫妻兒女孫) 최고가는 좋은 모임이란 부부와 아들딸과 손자 춘풍대아능용물 (春風大雅能容物) 봄바람처럼 큰 덕은 만물을 수용할 수 있고추수문장불염진 (秋水文章不染塵) 가을 물처럼 맑은 문장은 속세의 먼지에 물들지 않는다.”
안채는 안방, 대청 건넌방이 있으며 안방 부엌은 6칸 한옥으로 부엌에는 현대식 탁자를 놓았다. 개인적으로 정감이 가는 장소이다. 기둥은 원래 참죽나무였으나 집이 무너져 개축하는 과정에서 소나무를 사용했다고 한다. 안채는 ‘ㅁ’자형이며 앞마당에 둥근 우물과 작은 정원이 있다. 정겹고 아늑하다. 안채도 역시 운현궁을 몇 번이나 오가며 이 집에 어울리는 차양을 만들었다고 한다.
계암고택은 건축된 지 300년 정도 되었으며 56칸에 대지가 500여 평 규모이다. 그동안 개축과 증축을 해 오면서 햇볕과 통풍을 위해 여기저기 문을 만들게 되었고 그로인해 문의 개수가 200여개쯤 된다고 한다. 문이 많아서인지 큰 공간이 서로 하나로 통하는 느낌이다.
고택 전통체험프로그램으로는 한옥체험은 물론 와당 만들기, 시조창 부르기 등이 있으며 2012년 서산시가 지원하는 ‘가풍종가음식 체험고택’으로 지정되어 전통음식체험장으로서의 모습까지 갖추어져 힐링의 집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택에서 느끼는 감정은 누구나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고택이라는 공간에서만이 얻을 수 있는 멋과 여유, 그리고 추억 속에 잠겨보는 기쁨과 마음의 치유다. 댓돌위에 놓인 고무신도, 머리를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는 미닫이문도 향수에 젖게 한다. 이곳에서 숙박을 하면서 또 다른 고택의 정취를 맛보지 못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듬어지지 않은 댓돌이 오히려 정겹고, 오래된 건물은 오래된 벗처럼 편안하다. 계암고택에 사월의 햇살이 비친다. 빛살이 결 고운 문살에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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