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나들이

[기획연재 고택나들이⑥] 쌓아올린 역사 외암마을

충남시대 2021. 8. 4. 15:07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에 위치한 외암 마을은 대략 500년 전에 형성되었다. 동북쪽의 설화산(雪火山)을 주산으로 하고 남서쪽방향으로 약한 구릉지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서쪽이 낮고 동쪽이 높은 지형이다. 조선 명종 때 예안이씨가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예안이씨를 중심으로 하는 집성마을로 이루게 되었다.

외암마을 전경



전형적인 충청지방의 전통적인 상류 가옥, 중류 가옥, 서민 가옥이 함께 잔존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마을 곳곳마다 나무와 꽃들이 있어 자연과 조화되는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마을이다. 현재 마을에는 후손들이 남아 문화재를 보존하며 주거하고 있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 집성마을의 전통을 잘 간직하고 있으며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36호로 지정되었다

전통마을을 가보면 흔히들 풍수지리(風水地理)를 따져 마을이 형성되었다. 외암마을은 지리적으로 보면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자리는 아니나 선조들의 지혜로 명당이 되었다. 마을의 전체적인 모양은 긴 타원형으로 서쪽 마을 어귀는 낮고 동쪽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동고서저(東高西低) 형상이다. 이런 지형조건에 맞춰 집의 방향은 서남향이다.

마을 입구 다리와 장승

이 마을은 입구의 물을 건너야만 마을로 들어 갈 수 있기에 마을 안과 밖의 구분이 명확하다. 입구로 들어서다보면 물레방아를 볼 수 있는데 물레방아 옆 석각에는 이용찬의 ‘외암동천(무릉도원의 선경처럼 신선이 사는 곳 같은 아름다운 외암마을)’과 이백선의 ‘동화수석(돌과 물이 어울러져 신선이 사는 데처럼 아름다운 곳)’이 새겨져 있다. 장승은 마을 입구를 상징하는 것과 동시에 마을의 안녕과 질서를 지켜주는 신앙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돌담길과 싸리문

외암마을은 한옥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기와와 돌로 이루어진 담이 아닌 오로지 돌로만 이루어진 나즈막한 돌담장으로 마을을 형성했다. 집집이 쌓인 담장 길이를 모두 합하면 5.3km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돌담들은 중세의 성처럼 위압적이거나 권위적으로 있는 모습이 아닌 소박하게 막돌로 쌓아 올렸다. 때문에 예로부터 삼다 마을로 알려졌는데 삼다란 돌, 말, 양반을 뜻한다. 돌만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배수가 잘되고 동결로 파괴되지 않는다. 참판댁 같은 상류 가옥의 담장조차 기와를 얹지 않았으며 주인 개개인의 개성대로 돌담의 높낮이도 달랐다.

일부 가옥은 외암 마을에 설화산 계곡에서 마을의 남측으로 흘러 근대골 내로 진입하는 자연개천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수로가 있다. 인공수로는 마을 상부의 자연개천에서 물길을 따서 마을 내 각 가옥을 통과하도록 만들었다. 이 물길은 생활용수가 되기도 하고 마당을 지나면서 곡수(曲水)와 연못을 만들어 정원을 꾸미기도 한다.

마을 안 인공수로

수로를 마을 안에 끌어들인 이유는 풍수지리와 관계있다. 마을의 주산인 설화산의 '화' 발음이 불 화(火) 자와 같으므로 화기를 제압하기 위해 물을 마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이를 풍수에서는 염승 기법이라 한다. 화를 제압한다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풍수지리적 사고가 아니더라도 수로를 흐르는 물은 유사시에 방화수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실용적인 의미도 있다. 다만 겨울철에는 개울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다. 이는 추운 날씨에 수로가 동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자연에 순응하고 적응해 나가기 위한 선조들의 빼어난 착상이 아닐 수 없다.

주인이 고위관직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감찰댁
(왼쪽)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황제로부터 하사 받아 지은 참판댁(오른쪽)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살던 집으로 그의 아들인 이욱렬의 호를 따서 건재고택으로도 불리는 영암댁


마을의 고택들은 가옥주인의 관직명이나 출신지명을 따서 참판댁, 감찰댁, 영암댁 등의 택호가 정해져 있다. 영암댁은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살던 집으로 그의 아들인 이욱렬의 호를 따서 건재고택으로도 불린다. 참판댁은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황제로부터 하사 받아 지은 집이며, 감찰댁도 주인이 고위관직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암마을은 도시민 체험의 장으로도 유명하다. 마을을 둘러다 보면 팜스테이생활관, 떡메치기 등을 체험 할 수 있는 집들이 있다. 전통혼례도 외암마을 홈페이지 신청을 통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된장, 고추장, 초청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감찰댁 항아리와 지붕을 수리중인 모습



전통혼례 체험 공간과 행사무대


외암마을의 큰 특징은 실제 살아 있는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박물관에서 옛 흔적을 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직접 이곳에서 삶을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과 만나게 된다는 점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준다.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을 계속 보고 느낄 수 있으려면 누군가의 보살핌과 관심이 필요하다. 외암마을처럼 우리도 과거와 현재를 공존하는 삶을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사진 / 이해든, 김정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