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나들이

[기획연재 고택나들이⑤] 노란 수선화의 향연 유기방 가옥

충남시대 2021. 8. 4. 14:51

충남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에 위치한 유기방 가옥은 1900년대 초에 건립되었으며, 일제 강점기의 가옥이다. 유기방 가옥은 향토사적, 건축학적으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어 2005년 10월 31일 충청남도민속자료 제23호로 지정되었으며 100년을 넘게 대를 이어 온 한국전통가옥이다. 유기방 가옥은 송림이 우거진 낮은 야산을 배경으로  ‘큰말’이라고 불리는 마을의 가장 안쪽 산을 등진 남향으로 지어졌으며, 북으로 ㅡ자형의 안채와 서쪽의 행랑채, 동쪽에는 안채와 안마당이 있다. 원래 안채 앞에 중문채가 있었는데 1988년에 헐어내고 현재와 같은 누각형 대문채를 건립하였다고 한다.

사랑마당과 안마당은 담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특히 담장은 급한 경사지를 따라 둥글게 감싸고 있으며 상부에 연목을 놓고 기와를 얹은 토담이다. 토담을 축조할 때 사용했던 귀틀은 현재도 남아 있다.

수선화의 노란 물결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유기방 가옥은 고택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지만 고택을 에워싸듯 피어나는 수선화 언덕으로도 유명하다. 4월 한 달 동안 황홀한 수선화의 노란 물결을 볼 수 있는데, 올해는 일찍 꽃이 피는 바람에 4월 중순이 지나면 예쁜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밀려든다. 이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유기방 가옥의 모든 건물은 개방되어 있다. 신발을 벗고 모든 방을 다 둘러볼 수 있다. 고택여행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된다. 고요 속에서 느껴보는 편안함이다.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속에 무엇인가 가득 찬 듯 풍요로움도 맛볼 수 있다.

유기방 가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300년이 넘는 비자나무다. 비자나무로 만들어지는 노란색의 목재는 부식되지 않아 가구, 상자 및 선반의 재료로 쓰이는데 특히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은 최상품으로 취급된다고 한다.

수선화와 가옥의 조화가 아름답다.

유기방 가옥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전통가옥에서만이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과 옛 조상들의 생활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한옥민박(안채, 행랑채, 사랑채, 사랑행랑채)과, 365일 연중무휴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상시 관람을 할 수 있다. 특히 민박을 할 수 있는 안채 1호는 옛 전통방식의 친환경 황토기법으로 바닥을 건강하고 따뜻하게 보낼 수 있으며, 뒤뜰과 안뜰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객실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민화그리기, 궁중의상, 한복&교복 사진 촬영, 포토존 제공, 가옥 주변 솔밭 길 탐방, 동물먹이주기체험, 여미도예체험, 서예가 이대성씨의 서예, 전각체험 등의 전통 민속놀이와 편의시설(주방, 화장실 등)이 잘 갖추어져 있다. 관광객들에겐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이다. 유기방 가옥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할머니께서 차려주시는 건강하고 토속적인 ‘시골밥상’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전통혼례장소, 돌잔치, 단체 행사, 세미나 장소로도 제공되며, 시골된장, 간장, 고추장을 판매하고 있다. 고택마다의 독창적인 분위기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고택의 보존과 관리 및 체험활동이 아주 다르지는 않다.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고택 보존 관리는 정말 힘 드는 일입니다.” 고택을 지키는 분들의 이구동성이다. 조상들의 생활과 그 향기가 스며있는 곳, 고택을 찾을 때 마다 나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짐을 느껴본다. 스치고 지나가는 사월의 훈훈한 바람결에 스며오는 꽃향기가 더없이 달콤하다.

글. 사진/ 진명희 문화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