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122

[ 잔아(김용만)의 장편소설] 제 2회 아내 찾아 90000리

암튼 전쟁 후의 피해는 금전적 손실 말고도 정신적 시간적 피해 또한 만만찮았다. 칼로 물을 베는 싸움이면 원상복귀에 일초도 안 걸리지만, 여기저기에 칼자국이 흉측한 집안을 상상해 보라! 또 상처난 가구를 교체하기 위해 가구점을 뒤지고 다니는 심정을 상상해 보라. 가구를 새로 들이는 데도 부숴버린 가구보다 더 나은 제품을 들여놔야 그나마 마음의 상처를 달랠 수 있다. 전보다 못한 것을 들이면 상심을 달래지 못해 전쟁 후유증은 오래 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더 좋은 가구를 사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하며 가구점을 뒤져야 하는 그 수고는 상상만 해도 징그럽다. 아내에 대한 실망은 거기에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참을 일이 있잖은가. 아내보다 성질이 더 급한 나도 부엌칼을 들고 설치진 않는다. 한번 들으면 어딘가를..

연재소설 2022.08.09

[인기작가 잔아(김용만)의 장편소설] 제 1회 아내 찾아 90000리

서곡(序曲) 그자가 수니 말고도 다른 여자를 상대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수니 같은 여자와 살면서 그따위 짓을 해? 사내라면 누구나 침 흘리게 마련인 수니가 평생 그런 놈과 살았다는 게 참 이상해. 더구나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다면서? 남들이 다 하는 결혼식인데 왜 쓸데없이 그런 짓을 하냐고 고집을 부렸대. 참 별난 놈이지. 수니는 면사포를 써보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을 거야.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내 묘한 구석이 있더라구.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가도 휴지처럼 던져버린다는 거야. 그런 인간이라 그런지 재산을 몽땅 아내에게 줘버렸다는군. 수니가 신을 거꾸로 신게 되면 불알만 남게 된대. 혼인신고도 안 했으니 수니 혼자 다 챙겨도 아무 탈 없잖아. 남자만 알거지가 되는 거지. 수니가 그 맛에 붙어사는 것..

연재소설 2022.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