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는 잠들어 있었다. 김석은 침대에서 일어나 찬물을 마셨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했다. 소파에 앉아 주먹으로 머리통을 두들겼다. “술 깨셨어요? 괴로워 말고 어서 내 곁에 와 누우세요.” 어느새 깨어났는지 송아가 침대에 누운 채 손을 깝죽거렸다. 잠옷 밖으로 내비친 뽀얀 가슴과 허벅지가 김석의 시선을 유혹했다. “무슨 남자가 그래요? 예쁜 여자를 곁에 두고도 곯아떨어지다니.” 결국 송아의 품속에 휘감기고 말았다. 빌어먹을! 편리한 대로 살지 뭐. 구원(救援)이나 성불(成佛) 따위는 훗날로 미루면 돼. 광활한 우주 속에서 내 타락을 누가 눈여겨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유능하신 하느님도 수천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내 타락을 감시하실 수 있을까? “당신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이유는 몰라요.” 포옹을 풀고 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