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레 남조선엔 가족이 없수다레 봄볕이 따스했다. 눈이 녹아 질퍽하던 경찰서 마당도 땅이 보송보송할 정도로 말라 있었다. 공판을 앞두고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마당으로 나온 동호는 무심코 양지녘에 서서 압송 장면을 바라보았다. 아마 검사실로 검취를 받으러 데려가는 모양이었다. 간수 서너 명이 오륙 명의 죄수를 굴비 두름처럼 포승으로 엮어 압송하는 중인데 그 중에서 늙수그레한 죄수 하나가 갑자기 오줌이 마렵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직원이 큰 소리로 나무랐다. “수갑이 너무 죄어져 피가 안 통한다고 엄살이더니 이젠 오줌타령이야? 암 소리말고 그냥 참아요.” 검찰청은 가까운 이웃인 데다 모두 함께 포승을 질렀으니 한 사람을 빼기가 힘들다며 참으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영감은 막무가냈다. “그럼 바지다 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