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에도 그리운 배승태 동무에게 동호는 지금도 옛날 어느 겨울밤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배승태가 서울 상부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강릉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지 한 달쯤 지나서였다. 그날 밤 동호는 여느 때처럼 밤이 깊어서야 배승태가 입감된 11호 독방을 찾아갔다. 그런데 웬 일인지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이북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한 모양이었다. 북한에는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이 하나 있는데 배승태는 행복했던 추억담을 틈이 날 때마다 자랑삼아 지껄이곤 했다. 특히 아내 윤희정의 모습을 회상할 때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달밤에 집체로 춤 출 때는 안해가 젤 고왔디랬시오.” 윤희정은 보기 드문 미모인데다 대학을 나온 지성인이며 성분이 좋은 당 간부의 딸이었다. 포항에서 초등학교만 나와 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