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의장이 구상한 ‘인공강우’ 나는 틈틈이 헌무의 편지를 다듬어주었다. 세 번째 편지부터 애인의 답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헌무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적힌 애인의 편지를 들고 내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나는 자연히 서울파의 미움을 더 사게 되었다. 서울파 두목은 내게 종종 압력을 넣곤 했다. “너는 서울에서 용산고를 다녔으면서 부산놈과 어울리냐? 그렇게 배알이 없니?” “학교로 따지자면 부산에서도 중학교를 다녔거든.” “부산? 충청도 촌놈이 더럽게 많이 쏴다녔네.” “너 깔치 있어? 깔치 있으면 너한테도 연애편지를 대필해줄게.” “알겠다. 너하고 친해지려면 깔치가 있어야겠구나.” 그날 밤이었다. 취침점호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서울파 두목이 나를 살며시 밖으로 불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