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사이드

400여년의 전통 오방제와 걸립(乞粒)문화가 있는 곳

충남시대 2021. 3. 1. 11:02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의 거북이마을

 

올 겨울 두 번째 폭설이다. 삽시간에 온 산하가 하얗게 눈의 나라로 변했다. 도로위의 자동차들은 거북이 걸음이다.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조심 조심이다. 고개를 들어 산을 보니 천지가 하얗다. 누추한 것이 다 거려진 세상은 그야말로 백색, 은빛이다. 내현리 거북이마을은 보개산 자락이 병풍처럼 드리워진 아늑하고 정겨운 마을이다. 곳곳에 남은 잔설이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겨울의 정취를 더해준다. 마을 앞 눈雪을 품은 작은 저수지엔 오리 떼가 노닐고 우리나라 전통 다리인 섶다리가 그림처럼 놓여있다.

거북이마을 전통체험관 / 사진 = 방벅욱 기자

 

■ 거북이마을이란 명칭이 참으로 재미있고 정겹기까지 한데요,
내현리 ‘거북이 마을’과 전통문화인 오방제와 걸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거북이마을은 아홉 가지의 보물이 덮여 있는 거북이의 형상을 닮은 보개산(寶蓋山)의 아늑함을 배경으로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와 고택과 유물을 간직한 전통이 살아있는 마을이다. 특히 내현리는 충남 홍성군 구항면에 위치하며 구항면은 홍성읍과 결성면 사이에 위치, 12개 리(里)로 이루어져 있다. 구항은 거북이 ‘구(龜)’자와 ‘항(項)’자를 쓰는데 그 목과 앞발 부분에 내현리가 있다. 내현리는 법정리로서 내현과 화산, 발현 등 세 개의 자연마을을 포함하고 있다. 내현은 거북이의 안쪽, 즉 거북이의 시선이 머무는 ‘목안’과, 들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목밖’으로 나누어진다.

“거북이마당놀이는 가장한 거북이를 앞세워 집집을 돌면서 지신을 밟아주고 축원을 하며 걸립을 하는 놀이이다. 걸립은 오방제를 지내기 위한 전행행위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가정의 축원을 빌며 시주를 받는 행위로 이때 축원을 해 준 사람은 전용돈, 박화동, 이동옥, 전용택이다. 그 재물로 오방제(동.서.남.북.중앙)를 지냈는데 그 주관을 방원석씨가 하였고 오방제가 끝나면 대동마당에서 대판거리 놀이를 하였는데 이때 등장하는 것이 장군, 땡중, 거지, 그리고 할멈과 아낙 등을 바가지 가면을 쓰는 분장을 하게 하여 하인이 양반에게 욕을 하기도 했는데 이 놀이가 바로 거북이마당놀이다. 이때 참여한 사람들은 전영수, 박진섭, 이환기, 방승복, 방웅수, 이진성, 정명현, 정병현, 이승옥, 전준수, 이환배, 임종원, 임종국 등으로 기억한다. 내현리의 거북이놀이는 주로 정초에 오방제의 제물을 장만하기 위해 걸립을 할 때와 추석 명절에 벌어졌다. 1957년부터 농악풍물단으로 잡색패거리(마을 실존인물)를 만들어 집집마다 돌며 부엌, 장독대, 우물 등에서 각 가정의 소원을 빌며 개인 소지를 올렸다. 이 놀이는 1966년까지 지속되어 오다가 리드자로 활약했던 전영수씨 등 젊은이들의 군 입대로 말미암아 회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중단되었지만 오방제는 매년 부락 마을행사로 빠짐없이 지내왔다.

 

 

전영수 회장

 

 

“나는 말이여, 원래 성격이 꾸밈없고 신명이 있어 놀기 좋아하고 화합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알고 살아 왔어유. 마당놀이라는 게 다같이 화합하여 신명나게 한 판 놀아보는 거잖아유?”

전 회장은 충남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에서 태어났다. 1967년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고향 마을에서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닮아 흥이 많았다는 전 회장은 마을 풍물패를 따라다니며 풍물가락을 익혔다. 그뿐 아니라, 초. 중학교 시절 유랑극단이나 국극단, 서커스 등을 빼 놓지 않고 관람할 정도로 문화와 예술 방면에 관심이 남달랐다. 1959년 중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거북놀이와 탈놀이 그리고 신파극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탈과 공연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기 시작하였고 신파극 대본을 구해 각색하는가하면 실제 써 보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꿈은 고향 마을에 이층집을 짓고 살면서 고향의 민속놀이를 잘 지키고 싶었다는 바람처럼 전 회장은 객지생활을 청산하고 2010년 고향 거북이마을에 귀향하여 전병환, 서용국씨 들에 이어 10년 동안 거북이마당탈놀이를 계승, 보존하는데 힘쓴 결과 2020년부터 권역사업 일환으로 복원됨은 물론 전통문화마을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한 두 사람의 힘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마을 사람들의 숨은 노력과 전통문화를 보존하고자하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 거북이마당놀이가 보존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동기는 무엇이었나요?

2011년 ‘홍성내포축제’ 시 무형문화재 대회가 있었는데 그 행사에 거북이마을탈놀이가 시연을 하게 되었다. 그 공연이 계기가 되어 거북이마을에 마당탈놀이가 있다는 것을 알리게 되었다. ‘거북탈놀이’는 연구자가 명명한 것이며 주민들은 이 놀이를 탈놀이, 대판놀이, 마당놀이 등으로 부르고 있다. 근동에 ‘거북이마을’로 알려진 내현리 사람들은 1950년대 말 한국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 마을축제의 전통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거북놀이의 연장선에서 탈놀이를 기획했고, 이 탈놀이를 산업화에 따른 인구유출이 본격화하는 1960년대 후반까지 전승하였다. 너른 공터에서 벌어진 탈놀이 현장에는 마을의 귄격인 거북이가 좌정했고 마을의 풍물패가 놀이판의 신명을 뒷받침했다. 거북이마당놀이는 오방제와 걸립문화가 만들어 낸 우리의 전통민속문화이다.

 

오방제 모습 / 사진 = 거북이마을 제공

 

오방제 모습 / 사진 = 거북이마을 제공

 

 


■ 거북이마을에서 진행되는 탈놀이 외에도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요?

거북이마을엔 전통체험관과 회의실 및 급식실과 실내교육장 시설이 있으며 민박을 할 수 있는 숙소도 마련되어 있다. 전통체험관에서는 전통예절체험(절하는 법), 목공체험(새집 만들기), 노작체험(고구마 캐기), 식문화체험(밥상머리교육)등이 이루어진다. 이외에도 거북이마을엔 볼거리도 풍성하다.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사계절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운치를 더해주며 조선후기 화가 김희겸이 그린 「석천 한유도」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연초와 추석 명절에 주민이 모두 참여하는 거북이마당놀이가 있고 정월대보름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 오방제를 볼 수 있다. 오방제는 마을과 각 가정의 안녕을 비는 400년 지속된 전통문화이다. 그 외에도 보개산 기슭으로 올라가는 시원하고 신선한 대나무숲길을 걸을 수 있고 상수리나무와 회화나무가 맞닿아 한줄기로 커 가는 혼인목을 만날 수 있다.

■ 보존사업을 해 오면서 어려웠던 점과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려운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보존사업이 국가나 지역으로부터 지원을 받다보니 돈에 대한 예민한 문제가 생겨나게 되고, 사람들 간에 오해나 불만도 가끔 생긴다. 그리고 지원비가 항목에 맞게 (예를 들면 의상비, 소품비 등) 지출해야 하니 연습할 때 모이게 되면 하다못해 음료수라도 한 잔 마시고 식사라도 할 수 있는데 이런 경비는 일체 지출할 수 없다하니 돌아가면서 자비로 지출한다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 부분이 어려웠다.”고 한다. 한편 “지원비를 받아 운영하는데 어째서 간식비도 없느냐며 불만을 토할 때마다 난감했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홍보는 어떤 매체로 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흔드신다.

“홍보는 엄두도 못 낸다. 홍성군만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거북마을탈놀이를 알리고 싶은데 아직은 여러 가지로 그럴만한 여력이 없다. 홍성군홈페이지 홍보 외에는 자체적으로 프로그램 안내를 위한 인쇄물(리플렛) 밖에 없다. 오방제, 탈놀이 등은 거북이마을만의 민속놀이를 떠나 우리의 고유민속놀이를 전승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대외적으로도 홍보가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 거북이마을의 자랑거리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거북이마을엔 유형문화자원 또한 많다. 우리나라 전통다리 섶다리가 보존되어 있으며 조선조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낸 약천 남구만 선생이 태어나고 낙향하여 후학을 가르친 약천 초당이 자리 잡고 있다. 조선 철종 때 도승지를 지낸 김지겸이 낙향하여 지은 사당과 담양 전씨 위폐를 모신 구산사, 오방제를 지내는 서낭당돌무덤 등이 있다.

자랑거리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수상 실적이다. 2012년 농어촌 활성화를 위한 국가산업발전 유공으로 대통령상을 수상, 이듬해 2013년 제3회 대한민국 농촌마을 대상으로 연이은 대통령상의 수상, 2016년 제24회 충청남도 농어촌 발전대상으로 도지사 상 수상, 2018년 제5회 행복 만들기 콘테스트 소득. 체험분야 국무총리 금상에 이어 2018년 농촌관광산업 등급평가 으뜸 촌으로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인증을 받았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관 및 서비스 1등급, 체험 1등급, 숙박1등급, 음식1등급을 받았다.

 

 

 


■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마을 후배들을 기능인으로 전수시키고 싶어유. 나는 이제 나이가 많고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유. 교수님들의 논문에 의해 문화재청 자료실엔 내가 [관혼상제 거북탈놀이 기능보유자]로 등재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유. 하지만 정식으로 인정받은 기능보유자는 아니구유. 지역적으로 앞으로 더 좋은 여건과 관심 있는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봐유.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잘 지키고 보존해 나가는 것도 우리 국민들이 할 일이잖아유?” 전 회장의 확고한 대답이다.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글 진명희 문화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