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인사이드

귀향,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

충남시대 2021. 3. 25. 15:44
홍성의 낙농업 청년, 정태영 씨
주민들 도와드릴 수 있어 감사

 

'마을공동체’란 하나의 마을을 단위로 사는 것을 말한다. 마을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단연 마을주민이다. 1970년대만 해도 마을주민들은 두레, 품앗이와 같은 방법으로 함께 농사를 지으며 서로 의지해가며 살았다. 그러나 산업화와 이촌향도로 마을 구성원들이 점차 감소했다. 지금은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다는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귀향은 단순히 고향에 돌아오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마을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 그래서 귀향 인에게 응원하고 격려할 일이다.

정 씨는 2019년 자신의 고향인 홍성군 갈산면으로 귀향해 부모, 사촌형과 함께 '길 목장' 이란 낙농업 목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젖을 짜야 한다. 그렇게 하루 두 차례 짜는 우유의 양이 약 1.5t이다. 그러나 정 씨가 처음부터 목장 일에 뜻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부모가 마을에서 오랫동안 목장을 운영했지만 MC, 레크레이션 강사 등 마이크를 잡는 일이 더 좋고 재밌었다. 그러나 진로와 생업이 겹치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레크레이션 강사에 회의감이 들었다.

고심 끝에 정 씨는 귀향해 부모로부터 낙농업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주변 지인들의 우려와 걱정도 있었으며 귀향 후 1년 동안은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일을 배우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술과 담배로 시간을 보냈다. 도저히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아 여가 시간에는 음악, 운동, 시 쓰기 등으로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낸다. 덕분에 우울감도 없고 삶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는 정 씨는 귀향 후 자신의 삶이 진보됐다고 말한다. 땀 흘리는 만큼 얻는 일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행복해서다.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노는 것처럼 즐겁게 일하는 것이 비결이며 마을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한다.

“마을주민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농사일에 도움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도와드리려 합니다. 한번은 마을 어르신의 문자보내기를 도와드린 적이 있는데 고맙다란 말을 들으면 제가 더 즐겁고 도와드릴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정 씨는 귀농·귀촌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오고 싶으면 와라. 다만 자신의 굳은 의지와각오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더불어 “주민들과 소통하는 능력이나 힘들 때 같이 버티어주는 가족이 필요하며 반드시 사전준비가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 씨는 지난해부터 홍성군의 지역주민들 화합과 귀농·귀촌 인들을 돕는 ‘왓슈’ 회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는 것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젖소에게는 좋은 사료를 먹이고 가축이 아닌 직장동료로 생각해요. 그래서 우유 한 방울이라도 좋은 우유를 만드는 목장을 운영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 씨가 귀향해 마을주민들과 살아가는 일은 단순히 마을에 젊은 사람 한명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 자체만으로 마을에서는 소소하지만 일상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정 씨가 가져온 마을의 작지만 큰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