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나들이

[기획연재 고택나들이⑲] 소나무가 옆으로 누운 듯 자란다는 ‘와송정사’ 임동일 고택

충남시대 2021. 9. 15. 17:34

청양 임동일 고택(가옥)은 충남 청양군 화성면 산당로 393-42 (화암리 222)에 소재한 충청남도 민속문화재 제31호이며, 19세기 말 송암 임용주가 지었다고 전해지며 평택 임씨의 집성촌이다. 당시 연못조성 시 소나무를 심었는데, 소나무가 옆으로 누운 듯 자라서 '와송정(臥松亭)'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마을의 내력은 조선 명종 때의 인물인 임식 부터 시작되는데 홍주의병 육 의사 중 한 명인 성헌 임한주 선생을 비롯해 8인의 애국지사가 나온 곳으로 유명하며 국무총리를 지낸 이현재씨의 외가이기도 하다.

임동일 가옥은 안채와 사랑채, 그리고 문간채로 조성이 되어, 전체적으로는 자형의 배치를 이루고 있다. 안채는 정면 5, 측면 2칸이며, 사랑채는 정면 7칸 중 우측 2칸에 고택 앞을 조망할 수 있도록 높게 올린 누마루를 만들고 그 옆 2칸에 사랑방을 만들었으며 사랑방 옆에는 다시 1칸의 마루방을 들였는데 이들 앞에는 반 칸씩의 툇마루가 달려있다. 사랑채 좌측에 있는 하인들이 거처하던 방 좌단에 중도리와 종량사이에 45도 방향으로 강다리라고 부르는 독특한 부재를 걸쳐 결구하여 추녀를 받치도록 한 구조가 특이한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전통 목조건축 양식상 그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안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바깥을 향해 놓인 사랑채 앞으로는 오래된 연못이 있다. 앞마당에 연못을 향해 누워 있는 세 그루의 소나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수령 200년이 넘은 소나무 한 그루만이 남아 있다. ‘누운 소나무가 있다는 뜻으로 이 집을 와송정사라고 부른다. 화암리의 작은골 안에 홀로 앉아있는 와송정사는 동암 임헌의 옛 집터에 구한말에 새로이 살림집과 서당으로 지은 고택이다.

안채는 고택다운 기품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집 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져 툇마루에 앉으면 마당과 사랑채가 내려다보인다. 내부에서 미닫이문을 닫으면 방이 3개로 나뉘고, 미닫이문을 열면 큰 방 하나처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더불어 안채와 사랑채에 머무는 손님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을 겸하고 있다.

사랑채는 예로부터 집안어른이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학자들이 모여 좌담을 나누던 곳이었다. 널찍한 누마루가 있어서 시원하게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며, 툇마루에 앉으면 앞마당과 와송, 연못을 마주할 수 있다. 가운데 있는 마루방을 중심으로 좌우에 방이 하나씩 있다. 이곳에서 숙박도 가능하며 2~3명이 사용할 수 있는 아담한 방이다. 한쪽 벽에는 가로로 긴 유리창이 있어서 방 안에서 창밖의 돌담과 소나무 숲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산세가 아름다운 곳이다. 앞으로는 월산이 있고, 뒤로는 오서산이 있는 맑은 냇가와 샘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 곳곳에도 구경할 거리가 많은데, 전국 최초로 항일독립운동이 일어난 것과 이 동네에서 난 독립지사 7명을 기념하여 세운 기념비가 있고, 맑은 냇가도 있다. 와송정사의 뜰에도 원래의 연못과 새로 만든 독특한 구조의 작은 연못이 있다.

 

와송정사는 평택 임씨의 종가로, 현재 종손 부부가 거주하고 있다. 소나무와 감나무가 아늑하게 둘러싸고 있는 자연속의 한옥으로 충남지역 주요 고택과 전통한옥이 숙식을 하면서 전통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는 관광시설로 탈바꿈해 관광객을 맞고 있듯이 이곳도 한옥스테이를 운영, 한옥숙박체험을 할 수 있다. 안채와 사랑채를 각각 독채로 대여해주며, 손님이 많은 경우 옆채를 빌려주기도 하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운영하지 않는다. 인적은 없고 뜰 안엔 유유히 노니는 닭 두 마리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필자를 반겨준다.

와송정사 옆엔 양쪽으로 대나무와 벚나무가 벽처럼 줄지어 선 오솔길이 있다. 봄이면 벚꽃 잎이 휘날릴 것이며,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모여드는 곳으로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초록빛이 뚝뚝 떨어지는 여름날의 고택은 몸과 마음이 위로받는 최고의 휴식처임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