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무량(豊無量)! 헤아릴 수 없이 불어가고 불어오는 바람. 운무량(雲無量)! 헤아릴 수 없이 흘러가고 흘러오는 구름. 겨울하늘의 찬바람이 솔잎을 울리는 덕숭산 중턱, 만공도 허공도 아닌 둥그런 돌덩이 하나 침묵만 지킨다. 제가 무슨 구름인양 연꽃위에 가볍게 앉아있다. 부처는 보이지 않는 것, 잡히지 않는 것, 아무것도 없음인데, 제가 무슨 부처인양 가부좌 틀고 저토록 오랜 세월을 앉아 있을까. 간간이 휘날리는 눈발은 벚꽃이파리처럼 휘날리다, 하얀 나비인양 나뭇가지에 내려앉는다. 더러는 하늘을 맴돌다가 연꽃처럼 “만공 탑” 둥근 머리위에 내려앉는다. 스르르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진다. 눈은 떨어진 그 자리에서 자취도 없이 녹아 마른 흙먼지 속으로 사라진다. 있음인가 없음인가. 보임인가 보이지 않음인가. 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