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14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26회)

지금은 철창신세 비운의 여수란다“노인네라 마지못해 봐주지만 다시 이런 짓을 하면 몇 배 고통을 줄 테니 조심해요.”“조장님이 변소로 데려갈 줄 알고 객기를 부려본 거요. 미안하오, 다신 안 그러리다.”조장이 변소에 데려갈 줄 알았다는 말에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나를 무름하게 봤다는 말인데, 하지만 이제부터는 경찰 3대 사고 중의 하나인 도주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엄격한 근무규정에 따라야겠다고 마음먹었다.법원은 경찰서와 바로 이웃하고 있어 호송이 편했다. 검찰청과 한 건물 안에 있었다. 재판이 있는 날은 청사 마당이 부산했다. 재판은 오후 늦게야 모두 끝났다. 점심때부터 흐려지기 시작하던 날씨는 해가 기울면서 기어이 비가 내렸다. 나는 비를 맞으며 죄수들을 챙겨 유치장으로 호송했다. 죄수들을 유치장에..

연재소설 2024.05.22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25회)

감히 통치자를 어떻게 팹니까?  “특히 목욕이나 면회시킬 때, 또는 검취(檢取)나 재판받으러 호송할 때 눈여겨보고 말소리를 잘 살펴요. 식사시간에도 조심할 게 있소. 수저 숫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오. 수저 동가리로 칼날을 세워 사고를 내거나 자해할지 모르니까 조심해요. 단체로 난동을 피울 경우도 있소. 그러니 미리 정보를 입수하고 방마다 한 명쯤 통할 놈을 만드는 게 좋을 거요. 하여튼 규정만 잘 지키면 별 탈 없을 테니 그리 알고 항상 냉정을 잃지 말도록 해요.”   주의사항을 강조한 반장은 유치장 철문을 노크했다. 안에서 근무자의 문고리 여는 소리가 들리고 출입문이 열렸다. 반장은 나를 유치장 안으로 들여보내고 수사과 사무실로 돌아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숨통을 틀어막는 악취가 밀려왔다. 꼭 송..

연재소설 2024.05.14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24회)

강릉경찰서 유치장은 대용교도소 “늬 속이모 우째 되는공 알제?”  “야.”  “그라믄 이따 오는 기다. 알갔제?”  “야.”  “이 새꺄, 대답이 그게 머꼬?”  주먹 한대가 턱으로 날아갔다.  “야야! 틀림없심더. 퍼뜩 데려올랍니더.”  불량배들은 곱송그리며 대답했다. 직원은 앞장서서 휑 당구장을 나왔다. 밖으로 나온 직원은 곧장 파출소로 돌아왔다.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저리 안 조지모 씨도 안 먹힌다이. 부산놈들 짠물 먹어 을마나 드센지 아요?”  파출소에 돌아온 직원이 냉수를 마시며 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아무 데나 때려 상처를 내면 속 썩을 일이 생길 텐데.”  “아이요, 부산 놈들은 시시한 매 맞고 고소 안 하요. 그기 부산 사내 의린 기라.”  그는 껄껄껄 소리 내어 웃었다. 꼭 태풍..

연재소설 2024.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