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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7회)

이래저래 나 환장한 년이다! “이제 나와 상종 않겠다 이거지?” 그녀는 계속 악다구니를 퍼부었다. 나는 방어자세를 취하지도 못한 채 멍청히 당하기만 했다. 대신 위병소에 앉아 있던 경찰관이 그녀 곁으로 다가서며 타일렀다. “아주머니 고정하세요. 여긴 신성한 교육기관입니다.” “여기가 뭐 하는 곳이죠?” “경찰관 교육기관 이랬잖소.” “누가 그걸 몰라 물었어요? 이런 사기꾼 놈을 합격시켜도 되냐 그 말이에요.” “참 싱거우시긴. 신원조회해서 뽑았는데 저 사람이 왜 사기꾼입니까?” “경찰도 썩었구먼. 이런 형편없는 걸 뽑았으니 썩을 대로 썩었어.” “뭐요? 썩어? 저기 기념탑에 새겨진 교훈을 읽어봐요. 지성, 용기, 성실.” “저따위 교훈이 뭔 소용이죠? 말짱 가짜로 써 놓은 건데.” “이 양반아 말조심해!..

연재소설 2024.03.12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6회)

경찰전문학교 교훈은 지식, 용기, 성실 1963. 3. 17 매일 이력서를 써들고 이곳저곳 뒤져보지만 일할 곳이 없다. 약품, 화장품, 이름 모르는 물건들을 들고 쏴다녔지만 한 개도 팔리지 않았다. 팔릴 물건들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살아봐야지. 1년 반을 먼저 제대했으니, 살 방법이 생기겠지. 헌무의 양복을 빌려 입고 남포동에 있는 천향사를 찾아갔다. 금성(훗날 LG) 라디오 외판원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보증금이 있어야 된다고 한다. 차비도 없는데 보증금이라니. 나는 한번 믿어달라고 사정했다. “물론 이 세상 누구를 믿어달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줄 압니다. 하지만 한번만 속는 셈 치고 절 믿어주십시오. 제 능력과 성실을 다해 팔아보겠습니다.” 사장은 내 얼굴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

연재소설 2024.03.05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5회)

자네는 귀신인가 사람인가? 1962. 6. 21 극장에서 를 관람했다. 1962년은 의 해로 회자될 만큼 70mm 대형영화다. 한국 흥행은 충무로 대한극장에서만 상영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도 대단한 흥행이라고 한다. 영화 모든 분야의 상을 독차지한 영화다. 원작자는 법률가, 정치가, 군인인 루 웰레스 장군이다. 다음은 영화의 감동 어린 장면을 간추린 표현들이다. “증오는 널 살릴 수 있다. 증오는 힘을 주니까.” 노예선에서 로마 집정관이 벤허에게 한 말. “그 누군가가 내게 물을 주었다.” 벤허가 노예로 끌려가며 열사(熱死) 직전에 예수님이 물을 주는 장면. “나는 너무 늙도록 살았다.” 어느 현자가 예수의 십자가형을 보며 한 말. 그리고 문둥병 계곡에서 느껴지는 그 처절한 비극에서 무엇을 캐낼 수 있을까..

연재소설 202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