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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4회)

10환을 1원으로 화폐개혁 “결국 폐병으로 죽었구나. 참 가여운 친구야. 네 맘이 괴롭겠다. 네 허무의 시원은 혜연의 죽음일지 몰라. 너를 진정으로 사랑했잖니.” “내 허무는 그런 인간적인 삶으로 해결될 허무가 아냐. 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 “날 무시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구나. 암튼 넌 이상한 존재야.” “그나저나 어찌된 거야?” “벌써부터 너를 알고 있었어. 하지만 너와 만나기가 쉽지 않았지. 그러던 차에 우연히 너와 성지순례단에 끼게 된 거야. 그때 도도한 네 모습에 반한 거구.” “이런이런, 참 기막힌 인연이구나. 티브이에서 본 그 동양적인 미모에 지성미 넘치는 진가영이 민주라는 건 상상도 못했어. 성형수술했니?” “아니.” “그런데 어찌 네 흔적이 말끔히 지워진 거야?” “얘좀 ..

연재소설 2024.02.20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3회)

일등병이 참모총장실에 잠입하다 그처럼 부대장의 인정을 받으면서도 나는 의가사제대를 내비칠 수 없었다. 공군은 지원병이라 의가사제대가 해당되지 않았는데 그래서 최고사령관인 참모총장의 공감이 절실했다. 초가집도 없어 뿔뿔이 헤어진 노부모에 대한 연민과 그런 부모를 걱정하는 자식의 효심을 공감하지 못하고는 의가사제대는 불가능했다. 나는 부모 걱정에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외아들인 탓에 부모를 의탁할 곳도 없었다. 누나네 집에 의탁한 어머니 때문에 누나의 시집살이가 걱정이다. 1961. 12. 19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김용술 소령이 번역한『태풍예보』책을 며칠간 코피를 쏟으며 정리했다. 그 고마움의 표시로 권두언에 “一兵 金容滿에게 감사한다”고 적혀 있다. 펄벅의『대지』를 읽다. 늘 밤늦게까지 독서하는 나를 보..

연재소설 2024.02.06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2회)

박정희 의장이 구상한 ‘인공강우’ 나는 틈틈이 헌무의 편지를 다듬어주었다. 세 번째 편지부터 애인의 답장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헌무는 자기를 사랑한다고 적힌 애인의 편지를 들고 내 앞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나는 자연히 서울파의 미움을 더 사게 되었다. 서울파 두목은 내게 종종 압력을 넣곤 했다.   “너는 서울에서 용산고를 다녔으면서 부산놈과 어울리냐? 그렇게 배알이 없니?”   “학교로 따지자면 부산에서도 중학교를 다녔거든.”   “부산? 충청도 촌놈이 더럽게 많이 쏴다녔네.”   “너 깔치 있어? 깔치 있으면 너한테도 연애편지를 대필해줄게.”   “알겠다. 너하고 친해지려면 깔치가 있어야겠구나.”   그날 밤이었다. 취침점호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서울파 두목이 나를 살며시 밖으로 불러냈다...

연재소설 202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