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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5회)

서울대 법대생들 대통령 양아들 편입항의 “저는 젊은 시절을 노름으로 보낸 탕아였습니다. 돈을 잃을 때마다 부모님을 괴롭혔습니다. 부모님은 하나뿐인 자식의 탄식과 애걸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시고 노름밑천을 장만해주셨습니다.” “화투에 손대지 않겠다고 반성한 적이 없었느냐?” “노름은 제 고질병이었습니다. 화투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몸에 익혔습니다. 처음에는 성냥치기로 시작했습니다.” “성냥치기라니?” “그 시절에는 생활필수품인 성냥이 무척 귀했습니다. 성냥 한 갑을 사면 한 개비라도 아껴 쓰던 시절이었죠. 저는 형뻘 되는 총각들에게 홀려 하룻밤에 ‘도리지꼬땡’으로 성냥 한두 갑을 날리곤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성냥 대신 돈내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한테 꾸지람을 듣지 않았느냐?” “어릴 적..

연재소설 2023.12.06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4회)

염라대왕과 저승혁신위원회 “내겐 동생 말이 너무 맘에 들어.” “두 사람 모두 미쳤구먼.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아들딸 나면 환장하게 좋을 틴디 강에 빠져 죽다니, 도대체 그걸 말이라구 혀?” “누나, 일본에는 자살하는 여고생이 많아. 걔들은 모두 천재야. 허무가 뭔지를 아는 철학자들이라구.” “그래라. 너도 천재니까 일찍 뒈져라. 쯔쯔쯔, 동생하나 있다는 게 저 꼴이니 싹수가 노랗구먼. 어이구 내 팔자야!” 누나의 말 속에는 허풍이 묻어 있었다. 그 허풍은 혜연이 동생의 말에 동감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랄까, 혜연이 동생의 말을 곱게 받아들였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자 누나는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혜연에게 누나가 엄살을 떨었다. “나는 맥이 빠져서 꼼짝 못한 ..

연재소설 2023.11.28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3회)

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여 1957. 3. 2 졸업식 날이다. 꽃다발이 운동장을 메웠는데 나만은 아무도 없다. 이동주 가족들이 위로해주었다. 혼자 고교입학원서를 들고 그리운 교문을 나왔다. 밤에 서울행 급행열차를 탔다. 1957. 3. 13 어제부터 오늘까지 필답고사를 치렀다. 내일 면접과 신체검사를 끝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필답은 자신 있게 마쳤지만 7대1의 어려운 비율을 과연 돌파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런데 운이란 게 있나보다. 내가 자신 없는 과목은 생물인데 한강로 누나 집에서 남영동 용산고 입구까지 전차를 타고 가면서 읽어본 ‘멘델의 법칙’이 그대로 나와 무난히 써낼 수 있었다. 1957. 3. 16 학교 2층 벽에 합격자 명단이 붙어 있다. 31번, 48번, 57번.... 그 중에서 ..

연재소설 2023.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