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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1회)

5.16 군사혁명 1961. 5. 3 공군 입대시험에 합격한 나는 이곳 대전 유성 공군기술교육단 항공병학교에 와 있다. 신병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일반인처럼 자유롭게 지내는 중이다. 입대를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돌아갈 집이 없어 숫제 이곳이 좋다. 1961. 5. 5 오늘 정식으로 머리를 깎고 항공병학교 입교식을 마쳤다. 3년 동안 입고 사용할 4계절 군복과 장비도 수령했다. 마침 우리 때부터 제복이 진한 하늘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1961. 5. 8 일과를 마친 생도들이 저녁을 먹고 내무반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조명탄이 터지고 스피커로 비상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환한 조명탄 불빛에 연병장은 대낮 같이 밝았다. 활주로 건너편 A지구에서도 조명탄이 작렬했다. “남침을 ..

연재소설 2024.01.23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0회)

내 고통의 샘 은적암(隱寂庵) 1961. 4. 29 아! 내가 죽어서도 잊지 못할 마곡사(麻谷寺) 은적암(隱寂庵)! 달빛과 송림내와 농무가 짙게 깔린 이 깊은 계곡의 은적암 별채. 그 초가집 단칸방에는 지금 칠십 넘은 불목하니 노인이 누워 있고, 그분의 외아들인 내가 촛불 속에 가물거리는 아버지의 앙상한 육신을 바라보고 있다. 열린 방문으로 괴괴한 산협의 적막이 밀려왔다. 형제의 눈총을 피해 이곳 낯선 마곡사 은적암까지 걸어와 불목하니로 연명하시는 아버지! 어제였다. 공군 입대를 이틀 앞두고 서울에서 내려온 나는 마곡사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태화산 자드락길을 20여 분을 걸어 암자에 도착했을 때는 해 질 녘이었다. 은적암 대문 안에 들어서자 여승이 맞아주었다. 부여에서 오신 용(龍)자 수(洙)자 되시는 ..

연재소설 2024.01.16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9회)

윈스턴 처칠의 문학정서와 제2차세계대전 1960. 7. 29 민의원과 참의원 선거가 실시되었다. 의석수 219개 중에 민주당 172석 차지했다. 1960. 8. 8 제2공화국 양원(민의원 ⸳ 참의원) 첫 개원일이다. 셋방 안집에서 수박을 가져왔다. 100환이면 수박을 즐긴 텐데, 부모님이 원망스럽다. 왜 홍산쯤에 사시겠다고 농토를 파셨는지! 왜 그 돈을 양자 간 형에게 빼앗겼는지! 앞으로 부모님의 생활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새뜸과 탑시부락(무쇠점)에 놀러 가셨던 어머니가 돌아왔다. 고추, 파, 무청, 나물 등이 들어 있는 보따리 속에서 민주의 편지를 꺼내주신다. “나란 인간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남을 두려워하는 인간이 되었는지 몰라....” 몸을 섞어온 민주가 가엾다. 마음은 혜연에게 가 있는 내가..

연재소설 202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