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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20회)

신체의 중심은 배꼽이 아니고 음분디? 1964. 12. 6 오늘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독일을 국빈 방문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독일 파견 광부들이 가장 많은 함보른 탄광회사를 방문하여 한인 광부 300여 명과 간호원 50여 명이 모인 회사 강당에서 연설하고 노고를 치하했는데 그 자리는 눈물바다가 되었다. 가난한 나라의 대통령이 부자 나라의 탄광에서 파견국민을 만난 그 감회야말로 오죽했겠는가! 내가 기동대로 발령 난 것은 박 대통령이 서독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였다. 날씨가 풀리면 시국이 더욱 시끄러워질 기미가 보이는 터라 기동대의 역할은 컸다. 내자동 기동대 운동장에서는 매일 진압훈련이 실시되었다. 기동대는 경찰의 정예부대였다. 서울경찰청 관내 어느 곳이든 상황이 터지면 우선 출동하는 부대가 기..

연재소설 2024.04.02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9회)

동경올림픽 때 북한 신금단 부녀 상봉 “아냐, 독종이 많아. 밖으로 나오는 건 문리대보다야 덜하지만 아주 질긴 놈들야. 그놈들은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 만다니까.” “그나저나 문리대에 정치외교학과만 없어도 덜 시끄러울 텐데. 대학교에 정치학과가 뭐 필요해. 육사 출신만 해도 너무 숫자가 많은데. 권력기관은 거의가.....” “자네 큰일 날 소리 하는군. 말조심해.” 홍기평은 내 팔을 끌었다. 저쪽 소방대원 대기실 다다미 바닥에는 노름판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개평 뜯을 게 아니라 우리도 한판 붙자고.” 내 느닷없는 말에 홍기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네 같은 철학자도 노름할 줄 아나?” “조금 해봤지.” 나는 애나와의 갈등을 잊기 위해 한두 번 화투에 손댄 적이 있었다. 화투에 손대는 시간에는 ..

연재소설 2024.04.02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18회)

6.3비상계엄 선포 풍차에 대한 진압부대원들의 기대는 컸다. 주먹만 한 사과탄 두어 개씩을 방어무기로 꿰차고 다니던 대원들에게 그 풍차는 원자폭탄이나 진배없었다. 지휘관들도 뒷짐을 진 채 국가사회의 안녕과 질서에 이바지할 괴물을 우러러보았다. 시민들 역시 데모판에 처음 등장한 그 괴물을 보기 위해 세종로 네거리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드디어 풍차 앞에 최루탄을 터뜨려놓았다. 그런데 최루가스가 시청 쪽이 아닌 중앙청 쪽으로 거꾸로 날아들었다. 데모대를 쫓아야 할 가스가 진압부대를 덮친 것이다. 바람의 역풍 탓이었다. 내가 속한 진압부대원들도 콜록콜록 재채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시민들이 웃었다. 이제 풍차는 방해물이 되고 말았다. 어느새 학생들이 도로를 메워가고 있었다. 남녀가 혼합된 서울대 음대생들이..

연재소설 202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