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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23회)

징계 장소가 아니라 역적모의 장소 “우선 자네는 좋은 상관들을 만난 줄 알게. 그거에 대한 보답은 충실히 근무하는 것뿐이네. 이번 징계에서 자네 부인의 처사가 어떻든 간에 마땅히 중징계를 당해야 했네. 함부로 살아온 자네의 자업자득이지. 특히 업무가 거칠면서도 예민한 구석이 있는 우리 경찰공무원에게는 공동으로 엮어나가야 할 창조적인 운명이 별도로 있는 법이네. 거기에 충실히 동참했기 때문에 자네는 상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았다지만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데는 아직 서투른 것 같네. 세상살이에는 양심과 뜻만으로는 스스로를 지탱하기 힘든 함정이 많다는 걸 명심하게. 자네의 딱한 형편을 감안해서 훈방하기로 이미 합의를 보았네만 한 가지 조건이 있네. 법적으로 혼인신고를 마쳐야 된다는 거네. 자네의 고충은 이해하지..

연재소설 2024.04.23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22회)

가짜 사직서를 받은 징계위원회 징계위원회는 회의실에서 열렸다. 위원은 각 과의 과장이 맡았고 위원장은 부서장급인 경무과장(당시에는 경무계장. 경감)이 맡았다. 위원장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보안과장, 경비과장, 수사과장, 정보과장이 앉고 한 쪽에 입회감찰과 용하가 앉았다. 징계사유는 경찰관 품위실추와 서은지와의 통간 건이었다. “그동안 여러 번 징계위원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지만 오늘처럼 징계받을 사람을 두둔하는 징계는 처음이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징계는 징계이니만큼 절차를 밟아야 되므로 자네도 성의껏 답변해 주기 바라네.” 회의가 열리기 전에 위원장이 분위기를 잡았다. 다른 위원들은 어서 회의를 끝내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뻔한 일인데 빨리 끝내도록 합시다.” 수사과장이 싱거운 말을 던졌다. 그러자 위원장..

연재소설 2024.04.16

연재소설[인기작가의 한국현대사 일기] 잔아일기 (제21회)

차마 악마를 죽이지 못하다 1966. 9. 9 바쁜 직무를 빼놓고는 덤덤한 하루였다. 우연히 헌 잡지에서 ‘종합연구 유머’를 읽었다. “유머는 뱃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서는 맛을 모른다. 부른 배가 빨리 꺼지게 하는 소화제가 유머이다.” “유머는 웃음이 당장 탁 터져 나오는 것은 좋지 않고, 씹을수록 은근히 웃음이 솟구치는 것을 제격으로 친다.” “영어를 생판 모르는 친구가 미국에 간다는 말을 듣고, 영어를 몰라 불편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나는 괜찮지만 미국 사람들이 불편하겠지.” “유머 이야기는 미국식이요 희극적인 이야기는 영국식이며 기지에 넘친 이야기는 불란서식이다.”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작가이며 유머리스트인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무덤을 보면 이야기는 분명해진다. 신시내티의 무덤에선 나무가 ..

연재소설 202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