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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34회)

적화통일이디 머갔어? “약한 모습?” “내레 기걸 죽은 목숨이라고 여겼더랬어. 한마디로 오마니마저 부정하고 싶었던 게야. 오마니가 거추장스러웠어. 오마니 꿈을 꾼 거이 창피했더랬어. 오마니를 그리워한 거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배라먹을 그리움 땜에 꿈을 꾼 거구 총을 주게 된 게야.” “.....” “깡깡 언 몸을 녹이려고 뜨순 아궁이 앞에 앉아 있으니깐 어드러켔어. 식곤증까지 겹쳐개디구 바로 졸음이 왔디. 기때 꿈 속에서 오마니가 나타나신 게야. 어린 난 감나무 토막으로 팽이를 만들고 있더랬어. 보통 땐 팽이를 낫으로 깎았더랬는데 은장도로 깎고 있었디. 은장도를 무척 갖고 싶어 안달했거든. 오마니가 깊이 간수할수록 더 갖고 싶었던 칼이었어. 장난감처럼 귀엽게 생겼디만 외경스런 느낌을 풍겼디. ..

연재소설 2023.10.24

연재소설[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33회)

저걸로 병정놀이를 했나? “그 후로 송씨는 한번도 못 만났나요?” “그 친구가 고향에 내려오겠다고 동네에 기별을 넣으면 나는 일찌감치 숨어버리곤 혔어유. 인간의 탈을 쓰고는 그 친구를 대면헐 수 없었쥬. 그려서 숨군 혔는디 친구는 그때마다 돈을 몇 푼씩 맡겨놓고 떠났걸랑유.” “누구한테 맡기죠?” “동네 이장헌티유. 허지만 절대로 그 돈을 찾지 않을 참유. 이장이 여즉 챙기고는 있는디 그 돈을 내 꺼라고 생각혀본 적이 한 번도 읎구먼유.” “왜 찾아 쓰지 않았죠?” “나도 사람 구실을 혀보고 싶은거유. 죽을 날도 멀잖지만 손주녀석이 곁에 있는디 인제 쓸개 읎는 짓은 안 헐라고 작정했슈. 그놈헌티 핼애비 몫을 혀야잖유. 또 그 돈을 가져다 뭐에 쓰겄슈.” “나중에 목돈이 되믄 부락 기금으로 쓰도룩 허구 병..

연재소설 2023.10.24

연재소설[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32회)

3억잉게 쓰고 싶은 대로 써봐 송두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억배를 혼자 남겨둔 채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로 지하층까지 내려온 그는 곧장 카페로 들어가 술을 청했다. 왠지 가슴에서 슬픔이 치올랐다. 황억배에게 한 뭉치를 주고 나니 다소 마음의 빚이 덜어진 것 같기는 했다. 거짓말로 우겨서 탄 포상금 아닌가, 그 죄업을 어떻게 풀까 하고 늘 가위눌리며 살아왔는데, 그 죄업을 탕감받을 수만 있다면 건물 하나쯤 당장 요절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디 그 무장공비는 지금 워디서 워떻게 지내고 있는 거여? 송두문은 독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긴장이 풀리고 나니 몸이 나른했다. 몸이 풀어지자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은 굶은 채 멀건 보리죽을 끓여 남편의 배를 채워주던 아내. 그 눈물겨운 아내가 재산..

연재소설 2023.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