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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25회)

당신들 이 따위로 근무하기야! 퇴근 후에 교동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신 동호는 자정이 넘자 숙직실에서 잠을 자기 위해 경찰서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통금에 묶인 아스팔트길은 발자국 소리가 울릴 만큼 조용했다. 도로 양 켠으로 펼쳐진 들판에는 대여섯 개의 방범등이 어둠을 밝히고 그 잔영이 파출소 건물을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왜 파출소에 불이 꺼졌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어둠 속에서 사위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미진 시골길에서 들었다면 소름이 끼칠만큼 음침한 목소리였다. “구평이지?” 동호는 어둠 속에 대고 소리쳤다. “네 접니다. 한잔 하셨군요?” “했지. 그것도 아주 많이.” “쉬었다 가시죠.” “또 인생론을 강의할려구?” “여기에 삶은 문어와 초장이 있습니다.” “술도 있겠군..

연재소설 2023.08.08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24회)

낯선 세계 “이제 다시 장가를 들어야지. 더 늙기 전에.” “장가? 기거이 머가 중하네? 길코 내레 장가들 처지갔어? 인자 머가 신나는 인생이라고 계집 얻어 살간. 거더 괴롭게 살다가니 팍 거꾸러지는 거이 젤루 빛나는 거디.” “빛나다니?” “기거이 사는 의미 아니겐?” “미친 사람.....” “기럼, 미쳤디. 미치구말구디. 미친 거이 얼마나 멋지누.” 배승태가 깔깔깔 웃음을 날렸다. “자 받아.” 동호가 술잔을 내밀자 배승태가 얼굴을 돌린 채 팔만 뻗었다. 잔을 채워주자 후딱 비우고 다시 팔을 뻗었다. “제깍 잔을 채워주라마,” 그 오기가 애처러웠다. 동호는 한 손으로 그의 술잔 들린 손을 감싸쥐고 한 손으로 술을 채웠다. “강 형사는 행복하네? 출세했디? 얼굴이 부하군 기래.” 배승태가 술잔을 비우고..

연재소설 2023.08.01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23회)

마지막 헤어졌던 밤 기억하나? “지년 사타쿠이도 이까 낚시카 버억 긁을라타.....” “사내 꺼는 쌍뚱 자르구 즈이 거는 그냥 놔둬? 즈이 계집이 딴 사내허구 포개지능 거 생각만 혀두 쓸개가 녹을 틴디?” “우짜겠노. 새끼 따머 참아야제.” “으이구, 아무리 새끼가 중혀두 바람핀 여편넬 그냥 놔둬? 여이 멍텅구리 같으니라구.” “멍텅구리사 진짜 늬 아이가?” 이번에는 잰 목소리가 느려터진 목소리를 되받아 넘겼다. “그건 또 뭔 소리여?” “늬가 진짜 병신이다 그 말이더.” “워째서?” “노름을 할라 카모 기술이 있어야제 개뿔도 오기만 가지고 돈 딸 성부르나? 그라고 돈을 날렸으모 깨끄이 손 털 일이제 머 한다고 칼부림 했노?” “허긴 그려. 허지만 눈깔이 홱 뒤집히는디 워쩔 거여. 그 얌생이 같은 놈이 ..

연재소설 2023.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