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 이 따위로 근무하기야! 퇴근 후에 교동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신 동호는 자정이 넘자 숙직실에서 잠을 자기 위해 경찰서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통금에 묶인 아스팔트길은 발자국 소리가 울릴 만큼 조용했다. 도로 양 켠으로 펼쳐진 들판에는 대여섯 개의 방범등이 어둠을 밝히고 그 잔영이 파출소 건물을 희미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왜 파출소에 불이 꺼졌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어둠 속에서 사위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미진 시골길에서 들었다면 소름이 끼칠만큼 음침한 목소리였다. “구평이지?” 동호는 어둠 속에 대고 소리쳤다. “네 접니다. 한잔 하셨군요?” “했지. 그것도 아주 많이.” “쉬었다 가시죠.” “또 인생론을 강의할려구?” “여기에 삶은 문어와 초장이 있습니다.” “술도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