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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22회)

그 육시헐놈 땜에 재수 옴붙었당게 “이 낮도깨비 같은 놈아, 죽어서두 불구덩이로 빠질 노릇이지 아무리 돈에 환장혔기로서니 총을 쐈다고 그짓말을 혀? 아무리 빨갱이라 혀두 한 핏줄인디 그러큼 목을 옭아매 쓰겄냐 그 말여.” “이놈이 맘 한 번 착허게 쓰네. 그래 배곯아 죽는 게 낫냐 보상금 타 먹는 게 낫냐?” “허면, 배곯는다고 사람을 죽여도 쓰는 벱여?” “이놈아, 총은 안 쐈다 혀두 먹다 남긴 밥을 부뚜막에 놔둔 건 사실 아녀?” “그것보담은 총을 안 쏜 게 더 중허잖여?” “하여튼 우리 싸워서 피차 이득 볼 게 뭐겄나. 이참에 자넬 푸대접헌 건 내 잘못이다 치고 먼저 사과함세. 그저 가난이 죌세.” 갑자기 방안이 조용해졌다. 송두문의 사과 발언에 황억배의 부아가 금방 수그러진 모양이었다. 덩달아 마..

연재소설 2023.07.18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21회)

윤희정 동무레 꽃처럼 별처럼 곱디오 “배승태 동무! 기거이 먼 소립네까?” 윤희정의 당돌한 말에 배승태의 몸이 움찔했다. “기걸 말이라구 합네까? 동무를 영웅으로 키운 거는 위대하신 수령님 은혜가 아닙네까? 말을 조심하라요.” 순간 배승태의 몸이 돌처럼 굳었다. 오싹,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배승태는 벌떡 일어나 부동자세를 취했다. “이 목숨 바쳐 수령님을 옹위하갔습네다!” “제꺽 마음을 다잡기오! 길코 우리 아들 딸두 수령님의 용맹한 전사로 억세게 키우기오.” 윤희정은 큰 소리로 배승태를 거듭 닦달했다. 배승태의 눈에서 참회의 눈물이 쏟아졌다. 윤희정은 팔로 배승태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만났다. 결혼식은 처음 만나고 삼 개월이 지나 치러졌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윤희정의 큰아버지..

연재소설 2023.07.11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20회)

꿈결에도 그리운 배승태 동무에게 동호는 지금도 옛날 어느 겨울밤의 추억을 잊지 못한다. 배승태가 서울 상부기관에서 조사를 받고 강릉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지 한 달쯤 지나서였다. 그날 밤 동호는 여느 때처럼 밤이 깊어서야 배승태가 입감된 11호 독방을 찾아갔다. 그런데 웬 일인지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이북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한 모양이었다. 북한에는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이 하나 있는데 배승태는 행복했던 추억담을 틈이 날 때마다 자랑삼아 지껄이곤 했다. 특히 아내 윤희정의 모습을 회상할 때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달밤에 집체로 춤 출 때는 안해가 젤 고왔디랬시오.” 윤희정은 보기 드문 미모인데다 대학을 나온 지성인이며 성분이 좋은 당 간부의 딸이었다. 포항에서 초등학교만 나와 농사..

연재소설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