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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우 前 변호사 연재 에세이

예산 황새공원을 다녀오고 2 황새문학관 영상실의 영상을 보면 황새는 3월경에 둥지에 두 개의 알을 낳고 암·수교대로 알을 품고 앉아 35일 만에 두 마리의 새끼황새를 부화(孵化)시키고, 암수가 교대로 먹이를 물어다가 열심히 먹이고 특히 물을 입안에 가지고 와서 새끼의 입안에 어미의 부리를 대고 입안에 든 물을 새끼의 입안으로 흘려 넣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물 한방울도 밖으로 새는 법 없이 잘 넣어주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새끼들은 둥지에서 엄마와 아빠가 날라다 주는 먹이를 열심히 받아먹고 무럭무럭 자라 50일쯤부터 스스로 날려고 날개를 펴고 운동을 열심히 하여 날개 힘을 기른 후 65일 만에 등지를 떠나 어디론가로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조물주의 신비한 섭리를 새삼 느꼈다. 황새들은 추운 겨울에는 흐르는..

휴먼인사이드 2023.05.09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3회)

고교 일학년 때 실성한 연주 배승태는 벌떡 일어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동호는 얼른 간수를 불러 수갑을 채워 끌어냈다. 그리고 복도에 세워놓고 일반 죄수들이 보는 앞에서 주먹으로 얼굴과 배를 번차례로 후려쳤다. 사무실로 끌려나와서까지 배를 움켜쥘 정도로 동호의 주먹은 오달졌다. 동호는 화를 가라앉히고 나서 간수를 돌려보냈다. 이제 수사과 사무실에는 단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한동안 음습한 적막이 맴돌았다. 책상과 의자가 즐비한 실내 한복판에서 연탄난로가 두 사람의 지친 숨소리를 태울 뿐이었다. 동호는 난로 위에 놓인 물주전자를 들어 두 컵에 채운 다음 하나를 배승태에게 내밀었다. 물을 받아 마시는 동안 그의 눈빛이 점점 눅어졌다. “미안하오.” 동호는 손수건을 꺼내 배승태의 입 언저리에 묻은 피..

연재소설 2023.05.09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2회)

개새끼는 개처럼 다룰 수밖에 없어 폐정이 되고 간수들이 죄수를 압송하자 동호는 방청석 뒤쪽으로 걸어갔다. 예상한 대로 사십대 후반의 낯익은 여인이 뒤편에서 손수건으로 입을 싸쥔 채 울고 서 있었다. 배승태의 누님이었다. 마침 창으로 스며든 엷은 햇살이 그녀의 하얀 옷깃에 빛가루를 뿌렸다. “수고하셨심더. ” 여인은 인사말을 주고 나서 지난번 동생을 면회시켜준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오실 줄 알았습니다.” 동호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인은 두 손을 내밀어 동호의 손을 살포시 감싸쥐었다. 한복 차림인 여인의 몸에서는 풀내가 설핏했다. “일이 잘 돼갈 테니 너무 걱정 마세요.” 동호의 말에 여인은 또 눈물을 흘렸다. “유죄등가 무죄등가 법이 알아서 하겠지만서도 동생을 껴안아보지 몬하는 처지가 더 가..

연재소설 2023.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