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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9회)

공비도 아내를 팽개치능교? “이잔 빨갱이 때를 훌훌 벗고 밝게 살아보레이.” “머이? 빨갱이?” “빨갱이카모 어둡잖나. 지옥처럼 어두분 게 빨갱이 아이가. 난 세상을 밝게 살란다.” “려편네가 맨날 술을 도가니로 마셔대구, 사내들 껴안구 히히대는 거이 밝게 사는 게가? 기건 배때기 불러개디구 지랄떠는 거라메.” “역시 빨갱이 말투군. 늬캉 내캉은 연분이 아닌기라. 일찌감치 구정을 내얀다카이. 미친 인간!” 지화는 꽥 소리를 내질렀다. 장사도 당장 때려치우자며 남편을 꼬나보았다. 배승태는 그런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목소리를 높였다. “멋대로 하라메. 날래 치우면 내레 편해 좋디.” “자식도 날래 치우소. 강식은 당신 자식이 아니잖소. 강식을 북쪽 자식만큼 생각했능교?” 지화는 입을 벌린 채 헤헤거렸다..

연재소설 2023.06.27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8회)

머이? 내가 총잡이었다 기거네? “와 야속한 팔자가 멋진교?” “기거는 사람을 긴장시키디. 긴장시키니께니 싱싱한 게구.” “무슨 말씀인지 도통 모르겠심더.” 어느새 강식은 아버지의 말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늬도 알디? 흐르는 물은 싱싱하고 괸 물은 썩잖네?” “.....” “썩은 물에서 고기가 살 수 있간? 살 수 없디?” “네.” “인간도 고기처럼 생물이니께니 탁한 데서는 병들디?” “네.” “병들지 않으려믄 긴장하며 살아야갔디?” “그라요.” “예수님이나 석가모님도 탁한 걸 싫어하셨디? 기러니께니 긴장하며 사신 분들이디? 긴장하며 사신 분들이니께니 늬처럼 야속한 운명을 타고난 분들이디? 내 말을 이해하겠네? 어드래서 늬가 위대한디 인자 알간?” “.....” “날래 대답해보라우. 긴장이 머겐? “..

연재소설 2023.06.20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7회)

에미나이는 날 빨갱이로 여긴 거라메 “머이?” “아부지가 한번이나 우릴 식구로 생각했능교? 우리가 남이지 식군교? 아부지 식구는 북한에 있잖소.” “맞디. 리북에 있는 거이 내 식구디. 네깟 종자들은 남이디. 암 남이구말구.” “그라믄서 와 날 나무라능교? 내가 담밸 피우등가 술을 마시등가 와 상관잉교? 내사 나미 새끼 아닝교? 북쪽 자식이나 실컷 사랑하소.” “기럼. 기렇구말구. 실컷 사랑하디.” 배승태는 방을 나와 문을 쾅 닫았다.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 서러운 생각이 가슴을 쳤다. 강식이 왜 저럴까? 왜 갑자기 반항하는 걸까? 중학생일 때 일시 말썽을 피운 적이 있지만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열중하던 강식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를 따르던 착한 아들인데, 아무래도 지화가..

연재소설 202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