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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6회)

무장공비가 어떻게 장사속을 익혔지? “자네도 알디만 내레 북한에 두고온 식구밖에 더 있갔어? 우기고 우기다가니 누나가 자꾸 조르니께니 장가는 들었디만서두.” 결혼을 하고 몇 달이 지나자 누나는 시내 목 좋은 곳에 가게를 마련하여 동생한테 횟집을 차려주었다. 배승태는 지화와 함께 밤낮으로 장사에 매달렸다. 손님도 하나 둘 불어났다. 결혼 이듬해에는 아들도 낳았다. 아들 이름은 지화의 요구대로 강할 강자에 돌림자인 식자를 붙여 강식이라고 지었다. 배승태는 자식을 얻게 되자 세상살이가 즐겁기만 했다. 애가 귀염 떨 나이가 되고부터는 이북에 두고 온 아내 생각도 점점 희미해져갔다. 장사도 한 해가 다르게 번창해갔고 십 년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집과 상가를 장만해서 업소도 넓혔다. 배승태는 점점 사업에 재미가 붙어..

연재소설 2023.05.31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5회)

가석방된 배승태 결혼하다 서울경찰청에서 정보형사로 근무하던 동호는 학생데모 방지 소홀로 징계를 먹고 동해안으로 좌천당했는데 처음 근무지가 강릉경찰서였다. 동호는 아예 좌천을 당한 김에 죄수들과의 생활을 체험하고 싶어 모두가 기피하는 유치장근무를 자청했다. 도스토예프스키도 시베리아 옴스크 감옥생활에서 죄수들과 어울렸잖은가. 그 후 동호는 일 년 동안의 유치장 근무를 마치고 진리포구 임검소장으로 발령이 났는데 그곳에서 아내 성미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본서(本署)로 들어가 정보과 근무를 맡게 될 무렵 ‘울진·삼척사건’이 터지고 배승태 사건을 다루게 되었다. “방이 차디?” 배승태가 손으로 방바닥을 짚어보며 말했다. 해가 지자 바닷바람에 노출된 창고방에는 을씨년스런 냉기가 흘렀다. “보일러 온도를 높였..

연재소설 2023.05.23

[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4회)

옹근 달빛 동호가 연주를 다시 만난 것은 이태가 지나서였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동호는 귀향을 늦추다가 졸업식을 마치고서야 고향에 내려왔는데 연주에 대한 어머니의 온정은 더욱 곡진했다. “한 달쯤 지나면 우리 마당은 꽃밭이 될 거다. 채송화, 봉선화, 금잔화, 분꽃, 모두 연주가 심은 거야. 네가 집에 온다니까 우리 연주가 얼마나 집 단장을 했는지 몰라. 몸치장에도 정신을 쏟았구.” 연주는 얼굴을 붉히며 부엌으로 달아났다. 어머니가 웃음을 띤 채 부엌에 대고 소리쳤다. “우리 연주만한 처녀도 드물지. 나는 평생 연주하고만 살란다. 인물 예쁘고 심덕 좋고 신부감으론 최고지. 서울것들은 되바라져서 싫어.” 어머니가 저런 식으로 연주를 치료하고 있었구나.... 동호는 어머니가 대견스러우면서도 한편 그런 부..

휴먼인사이드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