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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4회)

강 형사? 기러니께니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바로 마당이었다. 잠시 마당 복판에 놓인 평상에 걸터앉아 숨을 고른 동호는 조심조심 창고방으로 다가갔다. 출입문 앞에는 헌 운동화 한 켤레가 놓여 있었다. 공손한 목소리로 주인을 찾자 안에서 “뉘시오?” 하는 대답이 새어나왔다. 배승태 씨를 뵈러 왔다고 받자 두세 차례 기침소리가 들리고 금방 문이 열렸다. 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달리 그의 눈빛이 잽싸게 동호의 몸을 훑었다. 분명 배승태였다. “나 모르겠소?” 동호가 턱을 내밀자 문턱으로 다가온 배승태가 얼굴을 살폈다. 눈을 연방 끔벅대지만 초점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었다. 누구인지를 알면 초점이 잡힐 텐데 안타까웠다. 살인 전문가가 세월에 먹히다니. 죽어서도 살기를 뿜어대던 그 독종들이. “나요 나, 옛날 정보담당 ..

연재소설 2023.03.08

제27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검찰 일반직 공무원으로 검사 직무대리를 한 사연Ⅰ 나는 1964년 9월 1일 서울대학교 사법대학원 제6기생으로 제 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열명과 먼저 합격한 세명과 함께 입학하여 사법대학원생이 되었다. 당시 사법대학원 학생들에게는 국가에서 사무관으로 대우하여 판례연구비 명목으로 매월 사무관 봉급에 해당하는 돈을 주었다. 나는 대검찰청 검찰주사(6급) 신분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사법대학원생을 사무관(5급)으로 대우해 주었기 때문에, 이중 공무원 신분을 가질 수 없어 사법대학원 입학 전에 대검찰청에 사표를 제출하였다. 나보다 먼저 합격한 중앙수사국 동료 직원들도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사표를 내고 나갔기 때문에 나의 사표 제출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직속 상관이시던 대검 중앙수사국장이 나의 가정형편을 ..

휴먼인사이드 2023.03.08

제26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법무부 차관과 장관으로부터 받은 교훈Ⅱ 내가 다니는 대검찰청에서도 검찰청 직원이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그것도 수만 명의 응시생 중 열명의 합격자 중에 검찰청 일반 직원이 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면서 마치 자신들이 합격한 양 기뻐하고 축하해 주었다. 제3회 사법 시험합격자가 열명 밖에 안 나오자 도하 신문에서는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오백대 일의 합격자만 내는 사법시험 제도를 그대로 존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많았다. 이러한 사법시험 제도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수재들에게 좌절감과 패배감만 주는 제도이므로 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적 사설을 싣기도 하였다. 나는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검사들과 법무부장관 등 법무부 간부들에게 합격인사를 다녀야 한다고 해서 나의 직속 상관이던 송용재 수사..

휴먼인사이드 2023.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