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군 복장으로 애들과 병정놀이하다 파도소리가 바위에 부딪쳐 생긴 환청이겠지만 그 음침한 소리에 홀린 어부들은 근처에 집짓기를 꺼려했다. 충청도에서 이곳 동해안까지 흘러들어온 외지인 둘이 상여집 근처에 움막을 짓고 산 적은 있지만 무장공비사건 이듬해에 그나마 불타고 말았다. 소문에는 귀신이 불을 질렀다는 말도 있고 충청도 사람 둘이 고향으로 떠나면서 불을 질렀다는 말도 있었다. “여기서 밤늦게야 떠날 테니 강릉에 가서 호텔방을 예약해두게.” 박 기사를 차에 태워 보낸 동호는 곧장 당산 쪽으로 걸어갔다. 산자락을 따라 모래톱이 깔려있고 모래톱 막바지 분지에 빨간 함석지붕이 보였다. 인적이 없는 바닷가에는 파도소리만 요란했다. 햇살도 파도에 부서져 포말처럼 날렸다. 함석집 시멘트 벽면에는 광어, 우래기,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