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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다시 읽고 싶은 장편소설] 칼날과 햇살 (제1회)

미친소녀 1 이 소설은 거의가 실화이다. 1968년 1월 21일 청와대습격사건이 터지자 그해 4월 1일 대전에서 향토예비군이 창설되고, 그해 10월 30일 ‘울진삼척무장공비침투사건’이 터져 연말까지 토벌작전이 계속되었다. 북한 보위성 정찰국 소속 124군부대 120여 명이 유격대 활동거점을 구축하려고 울진 해안으로 침투했던 것이다. 토벌작전이 끝나자 북상 중이던 패잔병 1명이 눈보라치는 겨울밤에 밥을 훔쳐 먹으러 산속 외딴집에 숨어들었다가 생포되었는데, 그 무장공비가 대용교도소(代用矯導所)인 강릉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되고부터 주인공 동호(정보형사)와 인연을 맺게 된다. 배승태 씨가 내 손을 잡고 이상한 말을 했다. 내레 자수한 기 아니었디, 어드러케 김일성 수령님을 배신하갔어, 그런다. 무..

연재소설 2023.02.14

제24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제 24회 사법시험 합격Ⅱ 밤새 고독감 속에서 지내다가 아침 아홉시 정각에 맞추어서 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 오래 기다리던 애인을 만난 듯이 반갑고 기뻤다. 그 중에서도 연휴가 끼거나 정초를 맞아 사흘씩 쉬는 날엔 사흘 내내 아무데도 못 가고 혼자 텅 빈 사무실에 고독을 씹으며 책만 본다는 것은 여간 참기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한 겨울에 직원들이 퇴근하면 난방을 끄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사무실에 차있던 온기가 식지 않아 그 이튿날 아침 다시 난방이 들어올 때까지 견디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연초 사흘간 난방이 들어오지 않을 때는 사무실 온도도 급격히 내려가 고독감과 추위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무튼 나는 15회 고등고시에서 총점 2점이 모자라 떨어지고 나서 16회 시험에 자신감을 가지고 응시..

휴먼인사이드 2023.02.14

[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 (마지막회)

수니의 두 번째 가출 김석의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다. 이튿날 야채를 받으러 도매시장에 다녀와 보니 수니가 어린 은영이를 데리고 사라졌다. 임신한 몸으로 가출했을 때는 수니만 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귀여운 은영이를 데리고 사라졌으니 더 환장할 노릇이었다. 더구나 헤어지기로 작심한 듯한 수니의 메모가 자꾸 가슴을 할퀴어댔다. 새 아들을 얻었으니 이제 다복하겠네요. 축하해요. 은영이는 영원히 볼 수 없을 거에요. 이제 은영이는 천덕꾸러기가 됐네요. 아무래도 일자리를 구해야 될 텐데 은영이가 부담스러워요. 당장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막막하지만 죽으란 법은 없겠죠. 양구 부모형제나 친구들에게는 절대 발설하지 말아요. 죽을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을 거에요. 다만 내가 죽을 임시에는 은영이의 거처를 알려줄 테니 알아..

연재소설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