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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 (제28회)

살인범 압송 우선 주위 환경을 최대껏 활용하게나. 버스 기사로부터 차장 아가씨에 이르기까지, 가능하다면 주변에 앉아 있는 승객들에게도 눈치껏 협조를 얻어두란 말야. 화장실에 갈 때나 특히 평창에서 아침을 먹을 때 각별히 조심하고, 서울에 도착해서도 점심은 인계가 끝날 때까지 참아야 하네. 저엉 배가 고프거든 서류가방 속에 간식을 넣어두었으니 빵을 나눠먹도록 하되 그놈에게 물을 많이 먹여선 안 되네. 오줌이 자주 나오면 곤란하다 그 말이지. 또 그놈을 안쪽에 앉혔다고 방심하지 말게. 창유리를 깨서 유리조각으로 위협하거나 자해할지도 모를 일 아닌가. 심지어 자네 손목을 자르고 탈출할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두는 게 좋아. 모든 게 유비무환, 대통령 말씀이시네. 빌어먹을, 영동고속도로가 어서 뚫려야 할 ..

연재소설 2023.01.10

제19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투병생활(나를 살린 도고 온천수)Ⅱ 더군다나 군대 제대 이개월을 앞두고 지루한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저녁마다 당시 흔한 도라지 위스키를 안주도 없이 거의 매일 마셔 대서 위가 안좋은 상태에다 식사시간을 거르고 과식하다 보니 겨울을 지내는 동안 위장병에 걸리고 말았다. 1959년 봄 온양온천에 있는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한 결과 ‘위하수(胃下垂)’라는 진단을 받았다. 돈이 없어 병원에는 못가고 집에서 민간요법으로 위장병에 좋다는 약을 먹었으나 별 호험이 없었고 오히려 병세가 더욱 악화되었다. 도저히 여러 시간 앉아서 공부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고 소화가 안 되었다. 한번은 마늘이 위장에 좋다하여 마늘을 많이 사다가 익혀서 매일 몇 개씩 장복했는데 눈이 침침해져서 동의보감을 보니 마늘을 과다 복용하면 ..

휴먼인사이드 2023.01.03

[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 (제27회)

대용교도소(代用矯導所) “출판기념회를 여셔야죠.” “그런 짓 안 해.” 동료 의원들과 당원들에게 책값 핑계로 봉투 받는 걸 꺼린다는 말이었다. 청렴한 그의 인품에서 우러난 말이었다. “두 교수가 만나도록 주선해준 것 아들이 고맙게 여기고 있어. 한동네에 살면서도 먼 이웃으로 살아왔는데 김 형사 덕에 둘 사이가 친해졌대.” 두 교수는 경제학 교수인 최 의원 아들과 영양학 교수인 이승만 대통령 양아들을 지칭했다. 양아들 이 교수는 김석을 가끔 이화장(梨花莊)으로 초대했는데 양어머니인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김석을 친한 친구라고 소개했고, 프 여사는 김석에게 넥타이핀 같은 가벼운 선물을 주곤 했다. 악수로 내민 영부인의 자상한 손길에서 정분이 느껴지면서도 김석은 마음 한 구석이 서운했다. 자상한 손길처럼 좀 더 ..

연재소설 2023.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