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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 (제25회)

아내를 찾아다니다 춘천행 첫 버스를 타면 오전 중으로 양구에 도착할 것이었다. 수니가 친정에 갈 리가 없지만 가까이 지낸 처제네 집 정도는 탐문할 참이었다. 첫차인데도 춘천행 버스는 번다했다. 김석은 창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때 나이든 아줌마가 빈자리를 살피다가 김석 옆에 앉았다. 마음이 다급한 김석은 아줌마에게 물었다. “춘천에서 양구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 “소양강 땜에 물이 차기 전에는 가까웠지만 지금은 화천으로 돌아가야 하니 꽤 멀다우. 이따 차장아가씨가 타걸랑 물어보구래.” “참 그렇네요.” “양구 사는 분이 아니우?” “서울에 삽니다.” “면회 가는 거우?” “군인가족이 아닙니다.” “그럼 뭔 일로 양구 가는 거우?” 김석은 새벽잠을 설친 핑계를 대고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혼자 마음..

연재소설 2022.12.20

제16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군대 생활의 추억Ⅱ 그 외 사병들은 초등학교 중퇴자나 무학자가 대부분이었으며, 초등학교 졸업자도 몇 사람 안 되었다. 중대원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강원도 등 농촌에서 농사를 짓거나 노동을 하다가 군대에 온 사람들이었고, 집이 서울인 사람은 한 사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선임하사나 하사관들을 제외한 사병들은 군인다운 기백이나 용감성을 찾아볼 수 없었고 빛 바랜 누더기 옷에 몇 달 굶주린 거지 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사병들이 입은 군복은 저녁에 지어 입으면(보수) 다음날 다시 찢어져 매일 저녁 꿰매 입어야 했다. 또 사병들이 하는 일이란 아침에 사역병으로 집합한 후 야전삽과 대검을 가지고 산으로 내몰려 소나무를 베어 연대 연병장에 차려 놓은 제재소에서 켜서 건축자재를 만들어 군 트..

휴먼인사이드 2022.12.13

[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 (제24회)

함석헌 옹과의 흥정 서울대 법대생들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전태일의 죽음은 날이 갈수록 시국을 뒤흔들었다. 서울대는 물론 다른 대학들도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종교단체, 노동단체에서도 연일 소요사태가 격렬했다. 불교 단체는 물론 기독교 단체에서도 추도예배를 거행했으며 언론에서도 사설로 다루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 총학생회에서는 전태일 추모 강연회를 열었는데 ‘부활과 4월혁명’을 주제로 삼았다. 김석은 기독교방속국 2층 사무실로 들어갔다. 함석헌 옹(翁)을 중심으로 를 창간한 장준하 등 십여 명의 지도자들이 앉아 있었다. 김석은 함석헌과 두세 번 만난 사이여서 구면이었다. 를 정기구독할 정도로 애독자였기에 김석은 함석헌과의 대화가 의미 있게 여겨졌다. 당시 사상계는 한국에서 가장 수준 높은 지성지였지만..

연재소설 202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