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날벼락을 맞다 김석이 사표를 낸 것은 은영이 세 살 때인 삼십대 초반이었다. 모험이었다. 고생길을 사서 택한 셈이었다. 10년 동안의 근무 대가로 받은 쥐꼬리만한 퇴직금으로 신림동 길가에 있는 25평짜리 허름한 함석집을 장만했다. 여러 밑바닥생활을 전전하다가 길가 쪽 방 하나를 털어 야채가게를 차렸다. 장사를 시작하고 두어 달쯤 지나서였다.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태호 또래의 남자애를 데리고 찾아와 다짜고짜 김석을 서방님이라고 불렀다. “범수야, 인사드려라. 네 아버지시다.” 기막힐 노릇이었다.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어딘지 모르게 낯익어 보였다. 처음 파출소 근무를 시작할 초임시절 막걸리집 신풍옥에서 만났던 옥자가 틀림없었다. 직원들과 가끔 들렀던 신풍옥에는 네댓 명의 색시가 기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