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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 (제29회)

대낮에 날벼락을 맞다 김석이 사표를 낸 것은 은영이 세 살 때인 삼십대 초반이었다. 모험이었다. 고생길을 사서 택한 셈이었다. 10년 동안의 근무 대가로 받은 쥐꼬리만한 퇴직금으로 신림동 길가에 있는 25평짜리 허름한 함석집을 장만했다. 여러 밑바닥생활을 전전하다가 길가 쪽 방 하나를 털어 야채가게를 차렸다. 장사를 시작하고 두어 달쯤 지나서였다.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태호 또래의 남자애를 데리고 찾아와 다짜고짜 김석을 서방님이라고 불렀다. “범수야, 인사드려라. 네 아버지시다.” 기막힐 노릇이었다.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어딘지 모르게 낯익어 보였다. 처음 파출소 근무를 시작할 초임시절 막걸리집 신풍옥에서 만났던 옥자가 틀림없었다. 직원들과 가끔 들렀던 신풍옥에는 네댓 명의 색시가 기거..

연재소설 2023.01.17

제21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당시 나는 취직이 시급했으나 그것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고, 오직 목표인 고등고시 합격 때까지 가족들의 생계비를 조금이라도 보탠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보았기 때문에 어느 곳을 선택할 것인가는 말할 것도 없이 어느 직장이 고등고시 시험 준비에 도움을 줄 것인가에 있었다. 국토개발대 요원 합격은 법무부를 지원했기 때문에 대검 중앙수사국과 같은 부서여서 당연히 9급 공무원보다는 두 단계 위 계급인 7급 공무원인 중앙수사국을 택하는 것이 당연하였으나 문제는 대검 중앙수사국과 법원 일반 직원 중 어느 곳이 고등고시 시험 공부에 도움이 되느냐였다. 나는 당시 무지한 생각으로 아무래도 고시 공부하기에는 범죄 수사하는 기관보다는 재판을 하는 법원이 훨씬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1961년 4월 ..

휴먼인사이드 2023.01.17

제20회 대전지방검찰청 홍성지청장 출신 남문우 변호사 자전(自傳) 이야기

투병생활(나를 살린 도고 온천수)Ⅲ 도고 온천수는 계란 썩는 냄새가 나기 때문에 비위에 안맞는 사람은 한 컵도 마시지 못하지만 냄새가 싫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마셔도 배가 부르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나는 천행으로 오히려 계란 썩는 냄새가 좋아 계속 퍼 마셔도 배부르지 않고 편하여 많이 마실 수 있었다. 물마시기를 한 삼십분 정도 하다보면 동녘에 해가 솟아오르려는 듯 붉어지고 그 때를 맞춰서 미리 준비해간 네홉들이 정종 병에 물을 담고 검은색 보자기로 싸 가지고 다시 동생의 등에 업혀 집에 돌아오곤 하였다. 사실 여부를 확인은 못했지만 도고온천수는 햇볕을 쪼이면 약효가 다 날라가 버려 효험이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새벽에 나가 해 뜨기 전까지만 물을 마시고 집에 가지고 오는 물병을 햇..

휴먼인사이드 202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