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샹그릴라』 - 저승혁신위원회 필봉은 울먹이며 계속 아내의 입장을 두둔했다. “저는 아내가 가여웠습니다. 아내보다 먼저 죽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죽었기에 아내의 진실한 모습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왕님! 청컨대 제 아내 보경이 저승에 오면 함께 살도록 선처해주십시오.” 내 간절한 청에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얼굴에 넉넉한 미소를 매달았다. “자네의 그 개차반 같은 자식들 행실에 재미가 끌리는군.” “네? 재미가 끌리시다뇨? 방금 제 자식들을 괘씸한 놈들이라고 꾸지셨잖아요?” “괘씸한 것과 재미는 다르니라.” 필봉은 염라대왕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기분이 멍했다. 염라대왕은 하얀 수염을 쓰다듬고 나서 내일 저승 혁신위원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필봉으로서는 생경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