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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찾아 90000리(제 13회)

소설 『샹그릴라』 - 저승혁신위원회 필봉은 울먹이며 계속 아내의 입장을 두둔했다. “저는 아내가 가여웠습니다. 아내보다 먼저 죽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죽었기에 아내의 진실한 모습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왕님! 청컨대 제 아내 보경이 저승에 오면 함께 살도록 선처해주십시오.” 내 간절한 청에 염라대왕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얼굴에 넉넉한 미소를 매달았다. “자네의 그 개차반 같은 자식들 행실에 재미가 끌리는군.” “네? 재미가 끌리시다뇨? 방금 제 자식들을 괘씸한 놈들이라고 꾸지셨잖아요?” “괘씸한 것과 재미는 다르니라.” 필봉은 염라대왕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기분이 멍했다. 염라대왕은 하얀 수염을 쓰다듬고 나서 내일 저승 혁신위원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필봉으로서는 생경한 말이었다...

연재소설 2022.09.20

아내 찾아 90000리(제 12회)

소설『샹그릴라』이야기 Ⅳ “이유만 달지 마세요. 몰래 빼돌린 재산인데 나눠줘야 공평하죠. 우리가 소송을 제기하면....” “어쭈, 이것들 요령은 알고 있네. 하지만 잘 못 짚었어. 내가 빼돌린 게 아니고 늬네 부모가 재산권을 인정해줬거든. 내 덕에 늬네 부모는 노년을 행복하게 지낸 거구. 그런데 뭐가 어째? 빼먹어? 이것들이 어따 대고 흉측한 말을 해!” 자식들은 즉각 자리를 떴다. 서로 눈짓을 주며 무슨 궁리를 짜는 모양이었다. 계향은 이틀을 잘 견뎌냈다. 혼자 먹고 자며 빈소를 지킨 그 정성이 눈물겨웠다. “고생이 많았네. 오늘은 내가 빈소를 지킬 테니 어서 들어가 푹 쉬게.” 빈소를 찾아온 보경이 계향을 집에서 쉬도록 설득했다. 하지만 계향은 보경의 건강이 걱정스러웠다. “제가 삼일을 마저 채울 테..

연재소설 2022.09.20

[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제 11회 아내 찾아 90000리

소설 『샹그릴라』 이야기 Ⅲ “이제 계향이 없이는 살아갈 능력과 재미가 없었습니다. 제 아내는 계향에게 어이없는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다시는 내 앞에서 예의를 차리지 말게. 그냥 친구처럼 이물없는 사이로 지내도록 해. 예의 같은 것 나한테는 필요 없네. 내가 아우 때문에 얼마나 신나게 사는지 아는가? 아우 덕에 나는 지금 천국에 살고 있어. 아우가 아녔어봐. 구석구석에 끼어있는 재산 챙기랴, 귀찮은 살림 챙기랴, 세금 걱정하랴, 자식들 걱정하랴, 끼니거리 준비하랴, 그런 지랄 같은 일에 시달리며 세월을 보냈을 거라구. 보경의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다음에는 무슨 얘기를 해줄 텐가?” 필봉의 말을 귀담아 듣던 염라대왕은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문했다. 필봉은 상좌에 앉아 있는 염..

연재소설 2022.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