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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 (제19회)

유혜미의 편지 “멋지긴 뭐가 멋져. 내가 바보였지.” “여보, 바보일 때가 젤 아름다운 거야.” 수니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문갑 속에서 빛바랜 편지 한 통을 꺼내왔다. 유혜미와 마지막 헤어질 때 받은 편지라고 했다. 언니, 생각 할수록 큰 죄를 지었어요. 제가 언니에게 남편을 양보해달라고 한 말, 이제 생각하니 너무 철없는 짓이었어요. 그런데도 언니는 웃으시면서 그건 안 돼! 그러셨죠? 언니는 천사에요. 마지막으로 드릴 말씀은 은영아빠와는 딱 한 번 키스한 게 다에요. 믿어주세요. 유혜미 올림” “이걸 삼십 년 넘게 보관해온 거야?” “짐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했어. 당신과 헤어지고 싶으면 무기로 쓸려고 숨겨뒀지.” “그런데 남편을 양보해달라는 말이 뭔 소리야?” “글쎄 집에 찾아와서 어이없는 말을 하..

연재소설 2022.11.01

[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 (제18회)

송아는 잠들어 있었다. 김석은 침대에서 일어나 찬물을 마셨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했다. 소파에 앉아 주먹으로 머리통을 두들겼다. “술 깨셨어요? 괴로워 말고 어서 내 곁에 와 누우세요.” 어느새 깨어났는지 송아가 침대에 누운 채 손을 깝죽거렸다. 잠옷 밖으로 내비친 뽀얀 가슴과 허벅지가 김석의 시선을 유혹했다. “무슨 남자가 그래요? 예쁜 여자를 곁에 두고도 곯아떨어지다니.” 결국 송아의 품속에 휘감기고 말았다. 빌어먹을! 편리한 대로 살지 뭐. 구원(救援)이나 성불(成佛) 따위는 훗날로 미루면 돼. 광활한 우주 속에서 내 타락을 누가 눈여겨볼 수 있겠는가. 아무리 유능하신 하느님도 수천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내 타락을 감시하실 수 있을까? “당신한테 첫눈에 반했어요. 이유는 몰라요.” 포옹을 풀고 나자..

연재소설 2022.11.01

[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아내 찾아 90000리(제17회)

“선을 넘었는데, 당신이지 뭐.” “선을 넘다니?” “키스는 선 넘은 것 아녜요?” 어이쿠! 걸려든 모양이구나! 등골이 오싹했다. 아무리 취했다 해도 왜 송아의 키스를 받아줬던가, 후회가 가슴을 쳤다. 김석의 표정을 곁눈질로 훔쳐본 송아가 말했다. “염려 말아요. 나 싸구려 아녜요. 약점 드러내는 것도 탐색전에 필요한 전술이죠.” “맞아요. 약점부터 드러내야 장점이 더 부각되게 마련이죠.” “또 비웃는 것 좀 봐.” “내 말끝마다 비웃는다고 하니 숫제 입을 다물게요.” “입 다물면 쫌팽이라고 놀릴 텐데요?” “그럼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큰일 날 소리 마세요. 나보고 자살하라는 말인데 잘못하면 살인범으로 몰려요.” “내가 집에 돌아가면 자살한다고?” “그 수밖에 없잖아요? 오십 평생에 겨우 쓸 만한 ..

연재소설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