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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작가 잔아의 장편소설] 제 4회 아내 찾아 90000리

“그래서?” “외삼촌이 인민위원회에서 부역했다는 거야. 책임자로 있었다니까 아마 인민위원장을 지낸 것 같애.” “어어?” “자넨 직무를 유기한 셈이라구. 그 따위 신원조회가 어딨어.” “정말이라면 내가 실수했구먼.” “아무리 여자한테 환장했기로서니 그런 실수를 저질러?” “그런데, 부역 사실이 진짜라면 왜 요시찰인명부(要視察人名簿)에 없었을까?” “이제야 눈치 챘군. 여기는 수복지구라 부역이랄 수 없지. 그러니 부역에 신경 쓰지 말고 그걸 핑계 삼아서 자네 소원이나 풀어봐. 수니 씨를 다시 만날 수 있는 좋은 빌미잖아. 직장을 버릴 테냐 홀애비를 택할 테냐.” “백번 천번 직장을 버리겠지. 귀한 정미소 집 셋째 딸이 애 딸린 홀애비를 택하겠어?” “이거 장난이 아니네. 우리 불쌍한 홀애비가 완전히 돌았어..

연재소설 2022.08.09

[인기작가 잔아(김용만)의 장편소설] 제 3회 아내 찾아 90000리

“내가 맡지.” 손을 내밀자 추 형사는 맨입으로는 안 된다며 조건을 걸었다. “막걸리 한 되 값이면 되겠어?” “막걸리 한 되면 오백 원인데, 좋아. 가난뱅이 짜봤자 똥뿐이 안 나올 테니. 그 대신 망신당하지 말라구.” 조심해서 처리하라며 추 형사가 서류를 넘겨주었다. 본적, 전주소, 현주소, 생년월일, 학력, 경력 등 인적사항은 물론 가족사항, 재산관계, 성분, 성격, 심지어 형액형까지 적혀 있으니 그 공문서는 중매쟁이나 다름없었다. 전화기 다이얼을 돌렸다. “군청 내무괍니다.” “여긴 양구서 정보관데, 여수니씨 부탁합니다.” “제가 여수닌데요.” “신원조회가 나와서.....” “네, 네, 감사합니다.” “무조건 감사하다뇨?” 말을 좀 삐딱하게 받아보았다. 인생 풋내기여서 정보과니 신원조회니 하는 말에..

연재소설 2022.08.09

[ 잔아(김용만)의 장편소설] 제 2회 아내 찾아 90000리

암튼 전쟁 후의 피해는 금전적 손실 말고도 정신적 시간적 피해 또한 만만찮았다. 칼로 물을 베는 싸움이면 원상복귀에 일초도 안 걸리지만, 여기저기에 칼자국이 흉측한 집안을 상상해 보라! 또 상처난 가구를 교체하기 위해 가구점을 뒤지고 다니는 심정을 상상해 보라. 가구를 새로 들이는 데도 부숴버린 가구보다 더 나은 제품을 들여놔야 그나마 마음의 상처를 달랠 수 있다. 전보다 못한 것을 들이면 상심을 달래지 못해 전쟁 후유증은 오래 가게 마련이다. 그러니 더 좋은 가구를 사기 위해 오랜 시간 고심하며 가구점을 뒤져야 하는 그 수고는 상상만 해도 징그럽다. 아내에 대한 실망은 거기에 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참을 일이 있잖은가. 아내보다 성질이 더 급한 나도 부엌칼을 들고 설치진 않는다. 한번 들으면 어딘가를..

연재소설 2022.08.09